'잘그락 잘그락….'
쇠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찬물을 가르며 허공에 퍼진다. 소리가 스며든 칼바람은 열네 살 소녀의 옷깃을 사정없이 파헤쳤다. 그해 강원도 산골의 겨울은 특히 매서웠다.
온갖 궂은 일을 다 시키면서 고무장갑 하나 사주지 않는 어른들은 더 매서웠다. 부르튼 손으로 끝도 없이 밀려오는 설거지, 빨래와 씨름하고 나면 어느새 하루가 기울었다.
그런 나날이 싫어 도시로 도망쳐 왔지만, 신춘원(가명·62) 씨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해 겨울처럼 사는 건 시리고, 손은 늘 차가웠다. 한풍 속에 잠시나마 느꼈던 온기는 옅어져만 갔다.
◆아들 사고로 장애 얻었는데 남편까지 일찍 하늘로
춘원 씨는 생부의 얼굴을 모른다. 남편의 폭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어머니가 춘원 씨를 임신한 채 집을 뛰쳐나왔기 때문이다. 가출 후 어머니는 지금의 아버지와 결혼했다.
폭력에서는 벗어났지만, 가난은 계속됐다. 옥수수가루를 태운 숭늉이 주된 식사였고, 그마저도 잘 못 먹어 배를 곯기 일쑤였다. 너무 가난했기에 오빠도, 언니도, 춘원 씨도 국민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열네 살에 먼 친척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다가 2년 뒤 대구의 미싱공장에 취직했다. 하루 10시간 넘게 이어지는 중노동에 소녀의 손과 어깨는 조금씩 망가졌다. 춘원 씨는 그렇게 일만 하다 성인이 된 후 직장 동료의 중매로 다른 공장에 다니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여덟 살이나 많고 옷차림도 최악이었지만, 남편의 열렬한 구애에 마음이 움직였다. 사랑받는 기분. 살면서 처음 느껴본 온기가 춘원 씨에겐 너무 소중했다.
사랑은 짧았다. 결혼 후 남편은 생활비 한 푼 주지 않았고 술과 노름에 월급을 탕진했다. 당시 춘원 씨는 잦은 설사와 구토에 시달리는 등 건강이 좋지 못했고, 아픈 몸을 이끌고 공장에 다니며 홀로 하승(가명·40) 씨를 키웠다.
둘째 아들도 태어났지만 시아버지가 "한 명도 못 키우는데 두 명을 어떻게 키우냐"며 춘원 씨 허락도 없이 보육원으로 보내버렸다. 하나 남은 아들이라도 잘 키우고 싶었는데, 하늘은 그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하승 씨는 세 살 때 옥상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다. 시어머니가 빨래를 하며 잠시 눈을 돌린 새 벌어진 사고였다. 이 일로 하승 씨는 정신장애를 얻었다.
불행의 터널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하승 씨의 사고 이후 정신을 차린 듯한 남편은 공장을 관두고 춘원 씨와 함께 과일 장사를 시작했다. 그즈음 남편은 부딪힌 곳이 없는데도 검게 멍이 들거나, 치아가 빠지는 등 곳곳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버티는 남편을 억지로 병원으로 끌고 갔다. 의사는 간암 말기에 백혈병이라고, 너무 늦었다고 했다. 남편은 퇴원 후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30대 중반, 한없이 짧은 삶이었다.
◆중노동에 망가진 몸…홀로 정신장애 아들 돌봐
춘원 씨에게 남은 삶은 너무나 길었다. 이를 악물고 미싱공장에 다시 나갔다. 그것도 서른여섯 살이 한계였다. 손가락 마디 곳곳이 붓고 통증이 심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린 탓이었다. 그래도 돈을 벌어야 했다. 자수공장도 잠깐 다녔지만, 근무 중 고혈압으로 쓰러져 3개월 만에 그만뒀다. 이후 석 달 동안은 라면으로 간간이 끼니를 때우며 버티다 이웃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하승 씨에게도 삶은 버거운 것이었다. 하승 씨는 열네 살에 기숙사가 있는 특수학교에 들어갔다. 기숙사 학생들은 하승 씨를 '발 받침대' 취급하며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
구타도 잦았다. 이때 얻은 정신적 외상으로 하승 씨는 대인기피증을 얻었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지금까지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활동보조사조차 꺼려하며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사람은 엄마인 춘원 씨뿐. 그래서 춘원 씨는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하루종일 아들을 돌보고 있다.
아들의 유일한 보호자이지만 건강마저 여의치않다. 고혈압, 류마티스 관절염 등 고질적인 지병에 45세에 당한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가 오른쪽에 비해 3cm가량 짧아 거동도 불편하다. 이 사고로 앞니 2개가 부서져 음식을 먹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하승 씨 역시 개인 위생 관리가 안 돼 양쪽 어금니에만 있던 충치가 최근 앞니 4개로 번져 음식 섭취가 어렵다. 엄마는 아들의 충치마저도 자신 탓인 것만 같아 괴롭다. 춘원 씨는 오랜 시간 홀로 아들을 돌보며 생긴 우울증으로 약물 복용을 하고 있다.
오늘도 낡은 임대주택 방 한편에 구겨진 채 앉아 있는 춘원 씨. 옆에 누워있던 아들이 갑자기 일어나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이상 행동을 시작했다. 곧장 일어나 말려보지만 건장한 아들을 막기가 힘에 부친다. 아들은 간신히 달랬지만, 정작 지친 춘원 씨를 달래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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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주택에서 93세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윤선웅 씨에게 2,293만원 전달
화장실이 없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90대 노모를 모시고 사는 지적장애인 윤선웅(매일신문 11월 14일 10면)에게 2천293만2천196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삼이시스템 10만원 ▷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김호근 5만원 ▷하혜련 5만원 ▷강종수 3만원 ▷박희숙 2만원 ▷신일성 2만원 ▷신종욱 2만원 ▷박재석 1만원 ▷이원형 1만원 ▷이진기 5천원 ▷'어려운시기돕자' 2만5천363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재혼한 남편의 폭언, 폭행 시달리나 이혼 소송 막막한 이건하 씨에게 2,535만원 성금
불행한 어린 시절 보내고 지금은 재혼한 남편에게 폭언, 폭행 시달리지만 이혼 소송 비용마련도 막막한 이건하 씨(매일신문 11월 21일자 10면)에게 47개 단체, 134명의 독자가 2천535만80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서고등학교 비즈쿨 창업동아리 313만4천원 ▷에스엘(주)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일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KMI해상연합노조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주)(김용환) 10만원 ▷이재만 대구지방세무사회 회장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주)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대경ENG(이경호)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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