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원 검사의 '문란한 암컷'을 떠오르게 하는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이 화제가 됐다. '설치는 암컷'을 먼저 보도한 조선일보가 '내년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대통령은 물러나는 게 낫다'는 요지의 「김대중 칼럼」을 실었다. 그러자 당의 징계를 받게 된 최강욱이 조선일보를 치고 싶었는지 페이스북에 이 칼럼을 걸어 놓고, '이게 민주주의야, 멍청아!'라고 번역되는 'It's Democracy, stupid!'를 썼다가 카운터블로를 맞았다.
1992년 미국 대선 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로 번역되는 "It's the Economy. Stupid"를 내걸어 당선됐다. "여의도에 300명의 국회의원만 사용하는 화법이 있다면 그것은 사투리다. 나는 5천만 국민의 화법을 쓰겠다"고 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사실을 거론하며, "(최강욱 전 의원이)'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 이렇게 얘기했죠?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이렇게 하는 게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할 것 같다"고 받아쳤기 때문이다.
'정글'인 서울 강남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원톱'인 서울대 법대를 나온 때문인지 한 장관은 날렵하다. 육중한 카리스마는 적지만 검은 뿔테 안경 뒤에서 어떤 지혜를 발사할지 짐작하기 어려운 '속도'를 갖고 있다. 정확한 그도 나무에서 크게 떨어진 적이 있다. 국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을 때 그는 "(구속해야 할) 증거가 차고 넘친다. 판사 앞에만 데려가 달라"고 했지만, 그의 대학 1년 후배인 유창훈 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해 버렸다.
호언장담했던 그는 침묵했다. 오래전부터 사법부를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유 판사에 대한 비난도 많았지만, 그는 유 판사에겐 김의겸과 최강욱에게 날렸던 '5천만의 화법'을 쓰지 않았다. 그는 왜 유 판사와 사법부엔 맞서지 않았을까. 그리고 국민의힘은 코너로 몰렸다. '결이 다른' 인요한의 혁신위를 띄우고 간신히 후퇴를 저지했다. 그런데도 한동훈의 실패에 주목하는 이들이 드물다.
대구를 찾았던 그는 귀경 열차를 늦춰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 인기가 문제일 수 있다. 개딸이 그러한 것처럼 '오빠 부대'도 좋은 것만 띄우기 때문이다. 오빠 부대가 많을수록 그의 허점은 말하기 어려워진다.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가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난센스이다. 정치는 검찰이나 법무부의 사무보다 훨씬 영역이 넓다. 검찰과 법무부 영역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그의 약점이 정치를 하면 크게 노정될 수 있다.
야당은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200석을 향해 치밀하게 전진하고 있다. 방법은 '연대'이다. 횡령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형량이 늘어난 윤미향 의원이 『윤미향과 나비의 꿈』이란 책을 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 책 출판기념회에서 "민주당이 연대의 고리를 약속해 놓고 (윤 의원에 대해) 출당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얼핏 보면 자당(自黨)을 비판한 것 같지만 실상은 운동권과 다시 연대하자는 주장이다.
윤 의원은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이해찬 전 대표를 찾아갔더니, 이 전 대표가 "당신네들은 왜 그런 자료를 다 남겨놨어. 우린 운동 하면서 다 태웠는데 왜 그걸 다 남겨놨냐"고 말했다고 한 후 '민주당 의원이 되니 나를 막아주는 벽이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밝혀 놓았다. 어떤 화법을 쓰든 야당과 운동권은 탄핵을 위한 '연대'로 달려가고 있다. '우리가 남이가'는 TK가 아니라 좌파의 구호가 됐다.
이재명 대표 구속 실패는 민심 이반의 소재가 되고 있다. '그것도 못 하면서 청와대를 버렸어'란 비난은 공공연하다. 윤석열 정부는 2년이 다 돼 가는데도 한미동맹과 한일관계를 정상화한 것 외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경제 위기는 여소야대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부산엑스포를 유치한다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내년 총선은 무조건 신임 투표가 된다.
지난 대선 때 보수는 정권 교체에만 집중해 교체 이후의 여소야대에서 펼칠 플랜을 만들지 못했다. 유 판사의 성향을 알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아무리 봐도 오만이었다. 한 장관은 인기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 '설치는 암컷'과 멍청이는 언제든지 부활해, 반대의 카운터블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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