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의원) 300명만 쓰는 화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요. 저는 나머지 5천만 명이 사용하는 언어를 쓰겠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대전에서 한 발언이다. '한 장관 화법이 여의도와 다르다'란 취재진 질문의 답이다. 짧지만, 함축적이다. 귀에도 쏙쏙 들어온다. 야당 의원들과 잦은 설전에서 보인 화법을 문제 삼자, 그는 이렇게 되치기한 것이다.
한 장관은 17일 대구 방문 때 총선 출마 질문을 받았다. 그는 "총선이 국민 삶에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발언이다. 국민의힘이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을 제기한 데 대해선 "저는 제 일에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잘 살아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언어의 함의(含意)다.
한 장관은 '셀럽'(celebrity·유명 인사)이다. 사람들은 그의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으려 한다. 현직 장관으로서는 드문 일이다. 그의 팬덤(fandom·유명인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나 무리) 형성에는 말의 힘이 크다. 오죽하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적으로 멋있는 말 하지 마라"고 했으랴. 한 장관 취임식 영상의 조회 수는 역대급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범죄자뿐"이라고 했다. 단순하나 강한 어조다.
한 장관의 말은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어록을 모은 책도 인기라고 한다. 한 장관의 말투는 '여의도 화법'은 물론 '각료의 화법'이 아니다. 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일 땐 물러서지 않는다. 국정감사장에선 제한 시간을 백분 활용해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윤석열 정권의 호위무사처럼 싸운다. 보수층이 열광하는 이유다.
국민들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말, 틀에 갇힌 말, 편향된 말, 막말에 식상해 있다. 그의 화법은 시원시원하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한 장관의 말은 신선하나, 공격적이다. 장관은 정부 부처의 대표이다. '조선제일검(檢)'은 내려놓아야 한다. 야당을 향한 칼날 같은 발언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언어의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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