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쌀값과 벼농사 면적 모두 시장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각종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쌀값은 내리고 있다. 정부가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수확기 쌀값 20만원(80㎏ 1가마)도 무너졌다. 농협의 재고 보관 상황 및 비용 보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전국 농협과 농업계는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다.

우리나라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2012년 69.8㎏에서 꾸준히 줄어 2022년 56.7㎏을 기록했다. 쌀 생산량은 2012년 400만9천 톤에서 2022년 376만4천 톤으로 줄었다. 약 10년 동안 쌀 소비량은 18.5%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약 6.2% 감소하는 데 그쳤다. 농민 단체는 쌀값 안정을 위해 수요의 3% 초과분이 아닌 수요 초과분 전체를 '시장 격리' 해 쌀값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면 농민들 역시 쌀 생산량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앞 통계에서 보듯 쌀 소비량은 크게 줄어드는 데 비해 쌀 생산량 감소 폭은 적다.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올해 벼 재배면적 5%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실제 재배면적은 작년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쌀 생산량이 넘치다 보니 수확기에는 저장고에 벼가 넘치고, 일부는 저장고에 넣지 못해 마당에 쌓아 두기도 한다. 이렇게 보관하는 벼가 늘어나면서 쌀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 불만도 우려된다.

농민들이 쌀값 하락에도 벼농사를 고집하는 것은 기계화로 노동력과 시간 투입을 고려할 때 다른 작물에 비해 쉽고, 다른 작물을 심어도 소득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소득이 높은 농작물 개발, 농사 기계화 진전이 필수적이다. 기존 벼농사 농부들이 아닌 신입 농부들의 '벼농사 진입'을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벼농사 용도로 쓰고 있는 논을 자식 또는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벼농사'를 제한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쌀 가격을 시장에만 맡겨 두는 것이 농민과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듯이 쌀농사 면적을 공급자에게만 맡겨 두는 것도 쌀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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