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돈 잔치에 눈먼 금융권에 찾아온 ‘키코’의 악몽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피해 규모가 올해에만 '키코' 사태의 2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ELS는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최근 중국 경제가 흔들리자, 관련 주가가 내려갔고, ELS 상품도 손해가 발생했다. 손실 규모는 만기와 최종 실적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당장 올해에만 7조원대로 예상된다. 최근 5개월 평균 손실률(45.9%)을 올해 말 만기 도래하는 약정 총액(14조8천580억원)에 대입한 결과다.

파생상품에 대한 악몽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nock-in Knock-out'(kiKo·키코)라는 환헤지 통화 옵션 상품이라는 것을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팔면서 3조3천억원의 손실을 안겼다. '키코' 판매 대상이 기업이어서 피해자는 723개사에 불과했으나, ELS는 일반인 판매 대상이라는 점에서 피해 숫자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태는 불완전 판매 논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를 종용한 은행권의 행태가 15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숙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에선 '완전 판매'를 주장하지만,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는 피해자 민원은 넘쳐 나고 있다. 현장 조사가 시작됐으므로 결과는 기다려 볼 일이다.

이번 기회에 금융 당국은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현장 '미스터리 쇼핑'(불완전 판매 조사를 위해 금감원이 고객을 가장해 금융사 판매 창구를 방문하는 것) 결과 은행권이 '미흡' 수준으로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후속 조치는 금융사 개선 계획을 받는 데 그쳤다. 계획 수집이 아닌 실질적인 개선안 마련과 강력한 규제가 요구된다. 금융사도 파생상품의 손해를 가입자들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고 손실 공유 단계까지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예대 금리 수익의 사회 환원 규모를 늘리는 한편 건전한 사회적 기능에도 매진해야 한다. 고금리 마진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데 대한 여론의 눈총이 어느 때보다 매섭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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