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부동산 세제와 관련된 정책들 잇따라 내놓으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보유세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주택 시장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하며 법인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실거래가와 공시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공시가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하게 2020년 수준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공시제도는 공동주택, 단독주택, 토지 등에 대해 매년 1월 1일 기준 적정가격을 공시하는 제도를 말하며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건강보험료 산정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지난 정부는 공시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의 차이로 인해 조세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현실과 동떨어진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라 아파트의 경우 내년도는 75.6%의 공시가 현실화율을 적용하기로 했으나 현 정부가 올해도 2020년 수준인 69%만 반영되도록 한 것이다. 토지는 77.8%에서 65.5%가 반영된다. 정부는 대내외 경제 여건과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실화율이 이전 수준으로 동결되면서 재산세 등 주택 보유세도 이전과 동일하거나 올라도 소폭오르는 등 세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2019년 6조1천억원 수준이던 주택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세수는 지난해 10조8천억원으로 4조7천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기존 현실화율 로드맵을 사실상 폐지하고 1월부터 연구 용역을 실시해 내년 하반기쯤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주택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도 올해는 공시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납부 대상자가 줄고 부과액도 감소했다. 지난해 말 세법 개정으로 종부세 기본공제액은 공시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됐다.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렸다. 특히 부부가 1주택을 공동명의로 소유한 주택은 기본공제 한도가 12억원에서 18억원으로 늘어난다.
세율도 1주택자는 기존 0.6~3.0%에서 0.5~2.7%로 하향 조정됐다.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시가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지난 2022년 95%에서 60%로 낮춘 뒤 이를 유지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10억원 아파트의 경우 종부세를 정할 때 과세 표준이 6억원이 되는 셈이다.
공시가격 하락, 세법 개정, 공정시장가액비율 유지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올해 종부세 납세 대상자는 100만명 아래로 예상된다. 지난해 고지 인원은 주택 122만명, 토지 11만5천명 등 133만명이었고 걷힌 세수는 6조7천억원이다. 올해는 4조7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적을 전망이다.
잇따르는 세 부담 완화 정책에 대해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금융시장 완화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못 건드리니깐 종부세 등 보유세 완화 조치가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보유세 완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일반 시민들에게 종부세 부담은 크게 와닿지 않는 주제다. 시장을 살릴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과도한 법인 재산세, 종부세율이 완화되어야 한다. 법인의 경우 취득세, 보유세 모두 높은 편이라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세 완화로 지방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 재정의 큰 축을 차지하는 재산세와 지방세는 공시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공시가가 내려가면 그만큼 세수 부족이 우려되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다. 종부세는 정부가 국세 형태로 거둬 전국 자치단체에 교부세 형태로 배분한다. 재산세, 지방세, 종합부동산세 모두 줄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방재정에는 악재가 겹친 셈이 됐다.
침체를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도 지방 재정을 압박한다. 부동산 시세 하락으로 공시가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거래 절벽으로 취득세, 등록세 등 거래세 세입도 줄어든다면 지방 재정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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