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밥이 소문대로 참 맛있습니다. 집밥이 안 그리울 정돕니다."
표정이 밝다. 긍정적인 성격이고 붙임성도 좋다. 10대답게 통통 튄다. 하지만 야구 얘기만 하면 차분하고 진지해진다. 지난 9월 '2024 KBO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고 프로야구 무대에 첫 발을 딛게 된 김호진(19) 얘기다.
김호진은 삼성 라이온즈의 전용 훈련장이자 2군 홈 구장인 삼성 라이온즈 볼파크, 일명 경산 볼파크에 머물며 훈련을 받고 있다. 그는 "경산은 처음 와 봤다. 외출해보니 주변에 별 시설이 없다. 딱 야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삼성은 지난 신인 드래프트에서 광주진흥고 3학년 김호성을 6라운드에 지명했다. 트레이드 과정에서 3라운드 지명권을 키움 히어로즈에 내줬으니 삼성 자체적으로는 김호진이 다섯 번째 지명자다. 상위 라운드에 투수가 아니라 고졸 내야수를 뽑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준수한 수비 능력을 갖췄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김호진도 그 덕분에 뽑힌 걸 안다. 그는 "생각보다 이름을 일찍 불러줬다. 믿기지 않았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니까 실감이 났다"며 "수비를 장점이라 생각해 뽑아주신 것 같다. 가능성을 보신 듯하다"고 했다.
수비만 잘 해선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김호진 역시 타격에서 좀 더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3학년 때는 잘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고 몸이 안 따라줘 타석에서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여기선 강봉규 코치님과 함께 타격 부분을 보완 중이다. 일단 하체를 좀 더 활용하라 말씀하신다"고 했다.
사람도, 환경도 낯설다 보니 힘들 법도 한데 재미있는 경험이라는 게 김호진의 말이다. TV에서만 보던 선수들을 보는 것, 고교 때 까다롭다고 느꼈던 장충고 투수 육선엽(1라운드 지명자)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도 신기하단다. 체계적인 훈련도 흥미롭다고 했다. 경산 볼파크 숙소에선 덕수고 포수 김재형(10라운드 지명자)과 한 방을 쓴다.
김호진의 목표는 1군에 빨리 올라가 최대한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그는 "일단 수비가 돼야 타석에 설 기회도 생길 것이다. 어깨가 자신 있고 송구도 잘 할 수 있다. 도루도 자신 있다"며 "프로는 나이 순이 아니다. 열심히 해서 1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삼성에선 올해 신예 이재현(20)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김호진도 그렇게 될 날을 꿈꾼다. 그는 "원래 본받고 싶은 건 박찬호(KIA 타이거즈 유격수) 선수였다. 하지만 삼성의 지명을 받은 뒤엔 이재현 선수로 바꿨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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