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 국과수 감정에도 음성 나온 이선균 씨…마약 남용 시대 오나?

◆국과수, 최초로 마약 백서 펴내 "마약류 남용의 새로운 국면 시작"
◆정밀 감정 음성 나온 이선균…거짓말하다 양성 나온 박유천
◆모발, 체모, 손발톱 이용해 정밀 감정…합성마약류는 정밀 감정도 피해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씨가 지난달 4일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논현경찰서에 있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재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씨가 지난달 4일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논현경찰서에 있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재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은 흔적을 남긴다고 한다. 마약 투약자 중 일부는 검사에 앞서 흔적을 지우기 위해 삭발을 한다. 전문가들은 헛수고라고 지적한다. 체모나 소변, 손톱 등 몸에 투약 흔적이 반드시 남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지난 3월 처음으로 '마약류 감정 백서'를 발간해 국내외 마약 실태를 고발하면서 감정에 방식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배우 이선균 씨는 현재까지는 몸에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았다. 반면 2019년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는 마약 투약 혐의를 완강히 거부했지만 정밀 검사에서는 마약 성분이 확인돼 꼬리가 잡혔다.

◆감정 피한 이선균 씨와 꼬리 잡힌 박유천 씨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48) 씨는 국과수 마약 정밀 감정에서 잇따라 음성 판정이 나왔다.

경찰이 이 씨에 대해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체모를 추가로 채취해 국과수에 2차 정밀 감정을 의뢰한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앞서 진행된 1차 정밀 감정에서는 모발은 음성, 다리털은 중량 미달로 감정 불가능 판정이 나왔다. 당시 10cm 모발 100가닥 채취해 국과수에 전달했다. 국과수는 1개월간 자라는 모발의 평균 길이가 1cm인 점을 고려할 때 이 씨가 최소 8~10개월가량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애초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흥업소 관계자가 나를 속이고 약을 줬다. 마약인 줄 몰랐다"며 투약 자체는 인정하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국과수 1, 2차 정밀 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자 "마약 투약 자체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며 투약 자체도 부인하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2019년 구속됐던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는 정반대 케이스다. 그는 기자 회견을 통해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며 여러 차례 부인했다. 당시 경찰은 박 씨가 여러 차례 머리카락 염색을 했고, 체모 대부분을 제모한 상태로 마약 검사를 받아 증거인멸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국과수는 박 씨의 다리와 팔 등 온몸에서 털 60개를 뽑아 정밀 감정했다. 그 결과 다리털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뒤늦게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하며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는 지난 3월 최초로 마약류 감정 백서를 펴내 국내외 마약 실태를 고발했다.
국과수는 지난 3월 최초로 마약류 감정 백서를 펴내 국내외 마약 실태를 고발했다.

◆약물명까지 정확하게 파악 가능

지난 3월 국과수가 처음으로 펴낸 '마약류 감정 백서'에 따르면 마약 범죄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마약류 사범은 2015년 1만명대를 넘긴 후 2021년 1만6천153명, 2022년 1만8천395명으로 늘었다. 마약류 사범 중 481명은 10대였다.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관리하는 마약은 약 2천종이다. 게다가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기존 마약류에서 화학구조를 일부 변형해 유사한 효과를 내는 신종 마약을 임시마약류로 지정한다. 매년 50개가량이 발견된다.

문제는 신종 마약이나 합성 마약이 독성실험 등을 거치지 않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합성아편류는 모르핀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진통 효과가 있다. 1회 투약만으로도 중독될 수 있다. 펜타닐이 대표적인 합성아편류다.

국과수는 이런 마약을 어떻게 감정할까?

마약 백서에 따르면 소변 감정과 경조직(모발·체모·손톱) 감정으로 나뉜다.

소변에서 마약을 검출하기 위해 두 가지 단계를 거친다. 먼저 예비실험으로 면역시험법을 이용해 신속하게 마약류 남용 여부를 확인한다. 3~4시간 내에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정밀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는 정밀분석기기를 이용한 정밀실험으로 통해 소변에서 어떤 마약 성분이 검출되는 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정밀실험은 소변에 여러 전처리 과정을 거친 후 기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 등 정밀분석기기를 이용해 정확한 마약 성분을 확인한다.

마약의 종류, 복용량, 빈도 및 개체 차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복용 후 3~7일이 지나면 체내에서 모두 빠져나간다. 따라서 소변에서는 복용 후 3~7일까지만 검출된다.

신체 각 부위의 체모 즉 모발을 포함해 음모, 겨드랑이 털, 다리털, 수염, 눈썹 등에서 마약류 검출이 가능하다. 다만 모발이 채취가 용이하고 양이 많고, 평균 한 달에 약 1cm가량 자라는 덕분에 모발의 길이에 따라 약물 투약 시기를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모발에는 머리카락의 주요 성분인 단백질 케라틴에 점착된 마약 성분을 검출할 수 있다. 이런 마약 성분은 축적되기 때문에 모발의 길이에 따라 훨씬 긴 기간 동안 남는다. 국과수는 모발에서 약 1년까지 마약 검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모발의 마약 검출은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모발의 성상 및 무게 확인→모발 세척 및 절단→모발에서 마약류 추출→정밀장비 분석 최종 확인→추출액 농축 및 유도체화→분석 및 데이터 해석 등 단계다. 이를 통해 양성 또는 음성을 판정한다. 게다가 약물명까지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고 장비에 의한 오차는 거의 없다는 게 국과수의 설명이다.

다만 염색과 탈색을 자주 하면 모발의 케라틴 구조가 깨져 마약 성분이 빠져나가므로 검출되지 않기도 한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손발톱을 감정에 활용한다. 다만 자라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 투약 시기를 추정하기가 어렵다. 국과수는 "장기 투약의 경우 최우선으로 취하는 시료는 모발이고 다음으로 체모, 다리털, 손발톱 등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국무총리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총리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마약은 검출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어

마약을 복용했음에도 정밀 감정에서 확인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신종 마약인 합성아편류는 소변, 모발 등으로도 검출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국과수가 신종 마약 종류를 연구를 통해 늘려가고 있지만 합성 마약이 퍼지는 속도가 워낙 빨라 100% 검출은 불가능하다.

일부 마약 판매상은 '검출이 안 되는 마약'이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최근 메트암페타민, 케타민 등 여러 마약을 합성하는 합성마약류가 늘었고, 신종 마약 출현 기간도 6개월 이내로 짧아졌다.

국과수는 "2022년 국내 최초로 합성마약류와 신종케타민류의 유입이 확인되어 마약류 남용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고 있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국과수가 신종 마약 투약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해당 마약류가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국과수가 신종 검사기법 연구개발 등에 힘을 쏟는 이유다.

국과수는 마약 백서를 통해 "마약 문제는 메트암페타민과 대마 남용 시장이 더욱 커지고, 케타민, 코카인, 엘에스디의 확산과 신종마약류 등장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합성아편류의 등장으로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마약 문제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성아편류는 기존의 모르핀보다 강력한 중독성과 위해성을 가져 메트암페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과 차원이 다른 남용자의 조기 사망, 치료의 어려움 등 심각한 폐해를 가져온다"며 사회적 각성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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