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런 가족, 이런 국민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27일 옥중 수기 형식의 책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를 출간했다. 앞서 올해 8월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디케의 눈물'을 출간했고, 딸 조민 씨는 9월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라는 에세이를 출간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의 책은 일찌감치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조민 씨의 책은 출간 첫 주에 베스트셀러 5위에 오르더니 얼마 뒤에는 아버지 조 전 장관의 책 '디케의 눈물'을 제치고 온라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정 전 교수의 책은 11월 28일 현재 교보문고 온라인 일간 베스트 1위를 차지했다. 부녀(父女)가 나란히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데 이어 아내이자 엄마인 정 전 교수의 책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이다.

일가족 4명 중 3명이 범죄 혐의로 기소됐거나, 재판 중이거나,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생활을 했다. 그리고 그 3명이 잇따라 책을 출간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지자들이 집중 구매해 준 덕분이다. 한때 조민 씨 유튜브 방송에는 '슈퍼챗'(후원금)이 2시간 만에 970만원이 쏟아졌다. 가만히 앉아 공부하는 동영상이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정 전 교수에게는 2021년 1월 1일부터 2023년 2월 28일까지 2억4천만원이 넘는 영치금이 들어와 해당 기간 서울구치소 수용자 보관금(영치금) 입금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역사에서 이런 대기록을 세운 가족은 없었다고 기억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민심 또는 여론은 '사회적 정화(淨化)' 기능을 잃었다.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고도 부끄러움이나 반성은 없다. 지지자들 역시 그 가족이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뒤흔든 데 대한 우려는 없다. 오히려 '생각만 해도 눈물 나는 사람' '힘이 되어 주고 싶은 사람' '존경하는 사람'으로 떠받든다. 세계 속에 이런 국민이 '진보 행세' 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없을 것이다.

전직 국회의원이란 자가 사회 활동을 하는 여성을 '설치는 암컷'이라고 비하하고, 같은 편인 자들은 "왜 암컷이란 말을 못 해야 하나" "여성을 일반화한 게 아니라 대통령 부인한테 한 말인데 뭐가 문제냐"는 말을 지껄인다. 그들은 이런 것을 '민주주의'라고 한다. 이런 민주주의가 설치는 나라 역시 한국 말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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