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손발 안 맞는 대출 정책, ‘빚투’ ‘영끌족’ 시장 혼란만 가중

정부가 이자 부담 경감책을 권고하고 나섰으나 금융권은 오히려 대출 기준 강화를 예고했다. 정부와 금융권의 손발이 들어맞지 않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소상공인들이 마치 은행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긴급 회동을 갖고 정부의 상생금융 의지를 금융권에 전달했다. 정부·여당은 아예 주담대 인하 상품까지 개발하는 등 여권의 금리 인하 주문은 전방위적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부실 대출 리스크를 이유로 요지부동이다. 여권의 압력이 거세지자, 상단은 고정한 채 일반인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최하단 금리만 '찔끔' 조정했다. 특히 주택담보와 전세자금대출 규제는 내년부터 크게 강화하겠다고 했다.

서민 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담대'다. 부동산 경기가 좋으면 그만이지만 요즘처럼 바닥인 상황에서는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버블 사태를 겪은 일본과 중국의 경우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저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지속 중이다. 지금도 10년 이상 장기 1% 고정금리로 끌어 쓸 수 있는 상품이 즐비하다. 중국도 중앙은행(인민은행)의 주도 아래 시중은행들은 대출이 몰리는 연말·연초에 금리를 대폭 낮추겠다고 했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물가지수가 보합세에 접어드는 등 실시간으로 보여준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가계대출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금융권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을 거둬 성과급 잔치까지 벌일 수 있었던 근거는 정부의 고금리 정책이었다. 유리할 땐 정부 정책에 편승하고 출혈이 예상될 때는 반기를 드는 모양새는 모순적이면서 이기적일 수 있다. 당장의 손해와 위험 부담이 우려되더라도 정부와 궤를 맞추면서 통일된 시그널을 주는 일은 시장 안정에 절대적이다. 혼란 속에 시장이 무너지면 금융업이 아니라 어떤 산업도 유지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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