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길지, '더불어민주당'이 이길지 궁금해한다. 11월 3~4주 5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우세가 1개, 민주당 우세는 4개다. 그런데 지지율 편차가 심하다. '민주당'이 12%포인트(p) 높은 결과가 있지만 '국민의힘'이 7%p 높다는 결과도 있다.
여론조사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묻는다. 이는 좋아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묻는 것이다. "누가 유력한가?"를 묻지 않는다. 두 질문은 완전히 다르다. 응답자는 A후보가 유력하지 않아도 지지할 수 있다. 반면, A후보를 지지하지 않지만 당선될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누가 유력한가?"라고 물어봐도 문제가 있다.
솔직하게 답한다는 보장이 없다. 응답자는 전략적이다. A후보가 유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B후보가 유력하다고 답할 수 있다. A후보 지지자들을 긴장시키기 위해서다. A후보가 유력하지 않은데 유력하다고 답할 때도 있다. 이는 허세지만 역시 전략적이다. 여론조사에서는 거짓으로 답해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베팅은 불확실한 사건에 돈을 거는 게임이다. 내가 베팅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면 돈을 따지만, 일어나지 않으면 돈을 잃는다. 자신의 판단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베팅은 설문조사와 비슷하다. 하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 베팅에는 책임이 따른다. 판단이 틀리면 돈을 잃는다. 돈으로 책임을 진다. 사람들은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서 합리적으로 베팅한다. 베팅에는 거짓이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건에 베팅하지 않는다. 일어날 것 같은 사건에 베팅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베팅한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다.
'칼쉬'(Kalshi)는 미국 베팅 사이트이다. 여기에 300개 이상의 베팅 장(場)이 열려 있다. "'아마존'(Amazon)이 반독점법 위반으로 처벌될 것인가?"라는 베팅 장이 있다. '예'가 62센트, '아니오'는 43센트이다. 아마존이 실제로 처벌되면 '예'에 베팅한 사람은 1달러를 받는다. 38센트를 딴다. '아니오'에 베팅한 사람은 43센트를 잃는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아마존이 처벌될 확률을 계산하면 59%이다. "내년 8월 전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이라도 내릴 것인가?"에 대한 베팅 결과는 '예'가 74센트, '아니오'는 31센트이다. 미국 연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확률은 70%이다.
미국은 선거 베팅을 금지한다.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대한 베팅 장이 없다. 영국 베팅 사이트 '벳페어'(Betfair)에 장이 있다. 배당률은 트럼프(Trump) 당선이 2.38배, 바이든(Biden) 당선은 3.15배이다. 배당률이 낮을수록 당선 확률은 높다. 배당률을 바탕으로 계산한 당선 확률은 트럼프 57.7%, 바이든 42.3%이다.
이 수치는 미국 여론조사와 얼마나 다른가? 11월 실시한 6개 설문조사 중에서 3개가 트럼프 우세를, 3개는 바이든 우세를 나타냈다. 바이든 지지율이 14%p 높은 결과가 있지만 트럼프 지지율이 7%p 높다는 결과도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 테마주'가 기승(氣勝)을 부린다. A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 B회사 주가가 오른다. B회사 주식을 사는 것은 A후보에 대한 베팅이다. '정치인 테마주'는 선거 예측력이 높다. 당선 확률이 낮은 후보의 '테마주'를 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선거에 베팅하는 장이 없다. 베팅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는 오해(誤解)다. 선거 베팅은 여론을 반영할 뿐이다. 사람들은 돈을 따기 위해 유력한 후보에게 베팅한다. 베팅으로 여론이 바뀌지 않는다. 결과와 원인을 혼동하면 안 된다.
TV를 보면 수많은 평론가가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예상을 내놓는다. 어떤 평론가는 '국민의힘'이 100석도 못 얻을 것이라 한다. 선거 베팅이 가능하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말에 1천만원을 걸 수 있을까? 다른 평론가는 민주당이 200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사람은 자신의 예상에 1억원을 베팅할까? 선거 베팅은 이런 사회적 소음(騷音)을 제거한다. '아무 말 대잔치'가 사라진다. 여론조사보다 선거 베팅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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