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읽어주는 게 아닌, 내가 독자로서 그림책을 읽는 건 어색하신가요? 그림책 읽기는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됩니다. 그림책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림은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없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요. 늘 절제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기를 요구받는 세상에서 그림책은 살아있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문자 언어로는 하기 힘든 경험을 선사합니다. 오늘은 어른이 그림책과 만나는 과정에서 길잡이로 삼을 만한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 강물처럼 말하는 아이를 위한 어른의 그림책
책 '그림책 생활'(서효인 지음)은 "어른은 아이와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아이와 단 5분이라도 함께 대화를 해보았다면 다들 경험했을 당황스러움이 있을 겁니다. 분명 모든 어른은 아이 시절을 지나왔는데, 아이 특유의 엉뚱한 표현과 창의적인 사용 방식은 낯설기만 합니다.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인데 어른이 아이와 이야기를 잘 나누지 못한다는 것은 제법 큰 문제입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아껴주는 방법도, 사랑하는 방법도 알 수 없으니까요. 요즘 들어 더 자주 들려오는 어린이와 관련된 사건 사고 뉴스들, 어린이를 낮잡아 부르는 폭력적인 언어들, '노키즈 존'처럼 그들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공간들은 모두 어른인 우리가 공감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시인이자 두 딸의 아빠인 저자는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그림책을 읽으면 된다"며 우리 모두에게 그림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 읽는 '그림책 생활'을 제안합니다. 어른은 아이와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그림책 안에 있습니다.
저자는 "긴 시간 문자를 다루는 일을 해왔고 시를 쓰고 글을 편집했는데, 아이의 언어 앞에서 무너지기 일쑤"라고 고백합니다. 아이와 함께 넘겨본 그림책은 '아이는 강물처럼 말한다'는 사실과 '모두가 실수로부터 시작한다'는 격려, '상상하며 유추해 봐도 좋다'는 조언을 언제나처럼 조용히 가르쳐줍니다. 그런데 이 조용한 가르침은 어른도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독자가 돼야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책의 내용을 전해 듣는다고, 소개문을 읽는다고 알 수 없습니다. 그림과 주제, 대상에 맞춰 세심하게 골라진 종이책의 물성을, 그 사각거림을 손끝으로 만져보아야 책의 다정함이 심장까지 전달되며, 그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우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지금, 여기'의 의미를 찾는 그림책 읽기
책 '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임경희 지음)은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관념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합니다. 초등교사이기도 한 저자는 30년 넘게 교단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며 함께 나눈 죽음 이야기, 웰다잉과 호스피스 관련 교육을 진행한 경험이 깊은 감동을 줍니다. 책은 죽음을 둘러싼 어두운 이미지를 걷어 내고 삶의 반짝이는 측면을 보여줍니다.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저마다의 '지금, 여기'를 더욱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강조합니다.
이 책은 죽음과 관련된 17개의 중요 키워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서 그와 관련된 그림책을 우리 일상과 어떻게 연결 지어야 하는 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의 주요 장면을 함께 실어 이해를 돕고 감동을 더합니다. 살롯 졸로토의 '바람이 멈출 때'를 소개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은 이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끝이나 소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모두가 소중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이렇듯 종교나 문화가 달라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았습니다. 죽음에 관한 정의, 삶의 유한성, 죽음과 순환, 사후세계, 영혼 여부 등에 관한 철학적 사유가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인생이라는 여정을 되돌아보는 이야기, 웰다잉과 맞물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임종 장소에 관한 이야기도 눈길을 끕니다.
상실을 겪은 사람들이 회복과 치유로 나아가는 과정, 반려동물의 죽음, 사회적인 추모가 필요한 죽음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상실의 터널을 지나는 사람에게 필요한 위로는 무엇인지,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낸 후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실천적인 길 또한 제시해 어른들에게도 큰 가르침과 위로를 주는 책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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