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 지지도와 현역 의원 지지도 간 격차를 공천 심사에 반영할 방침을 밝혔다. 당의 주류인 영남권, 특히 TK(대구경북) 의원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TK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60% 전후인 데 반해 의원들의 지지도는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12월에 발족하는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당 지지도와 개인 지지도 격차를 공천 심사에 큰 비중을 둘 경우 TK 의원들의 물갈이폭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현재 대구 의원 절반 물갈이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더 큰 폭의 물갈이가 현실화될 수 있다.
신의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 정당의 지지도에 비해 개인의 지지도가 현격히 낮은 경우 문제가 있음을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권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격히 낮은 경우'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영남권 의원들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신 위원장은 "(현격한 차이의 기준이) 지역마다 조금 다르다. 그 비율을 정당 지지도에 비해 본인 지지도 20% 차이로 할지, 15% 차이로 할지, 우리 의원들이 많은 영남하고 수도권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15% 또는 20%를 지역별 차등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60% 안팎인 TK 지역은 '현격히 낮은 경우'에 20%를 적용하더라도 의원들은 좌불안석이다.
당무감사위는 지난 27일 당무감사를 실시한 전국 당원협의회 위원장 204명 중 명(하위 22.5%)에 대해 공천 컷오프(공천 배제)를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 당협 253곳 중 당협위원장이 없는 39곳과 올 8월 새로 임명된 10곳을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앙당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의원 명단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당무감사 결과 하위 20%를 컷오프 한다고 가정하면 현역 의원 25명인 TK의 경우 5명가량이 포함되고, 31명인 PK는 6명가량이 컷오프 대상이 된다.
이는 당이 컷오프를 통해 1차 물갈이를 한 뒤에 의원 지지도를 바탕으로 더 큰 폭의 2차 물갈이를 단행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당 지지도와 현역 의원 지지도, 얼마나 차이 날까
영남권이지만 당 지지도와 의원 개인 지지도 차이는 TK와 PK가 엄연히 다르다. TK가 당 지지도가 더 높은 탓에 공천에서 더 손해를 보는 구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드러난다. 뉴스토마토와 미디어토마토가 11월 25, 26일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TK 60.5%, PK 41.7%였다. 알앤써치가 같은달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TK 57.3%, PK 45.9%였다. 한국갤럽이 같은달 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도 TK 58%, PK 38%로 조사됐다. TK와 PK에서 최대 20%까지 정당 지지도에서 차이가 난다. TK의 정당지지도가 더 높은 탓에 TK 의원들의 교체율이 PK에 비해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TK 의원들의 지지도는 어느 정도일까? 개별 의원들의 지지도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매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 TK 의원 25명(대구 12명, 경북 13명)에 대해 각 지역구별로 의정 만족도와 당 지지도 등을 조사한 바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당 지지도에서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고자료로 유용하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대구 의원 12명 중 해당 지역 당 지지도(58.0%)보다 개별 의정 활동 만족도(60.6%)가 높은 경우는 추경호 의원(달성)이 유일했다. 나머지 11명 의원은 모두 당 지지도보다 만족도가 낮았다.
당 지지도와 의원 만족도가 20% 이상 차이가 나는 의원은 5명, 15% 이상~20% 미만 3명, 10% 이상~15% 미만 1명이었다. 10% 미만은 2명이었다. 단순하게 따지면 '현격히 낮은 경우'의 범위를 좁히면 5명, 넓히면 8명까지 포함된다.
경북 의원 13명 중에서 의원 만족도가 당 지지도보다 높은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20% 이상 차이가 나는 의원은 4명, 15% 이상~20% 미만 3명, 10% 이상~15% 미만 2명이었다. 10% 미만은 3명이었고, 만족도와 당 지지도가 같은 의원이 1명이었다. 경북에서는 '현격히 낮은 경우'는 범위를 좁히면 4명, 넓히면 7명까지 포함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국민의힘이 당 지지도와 의원 지지도 간 격차 만으로 물갈이를 단행할 경우 최대 대구 8명, 경북 7명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공천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
국민의힘은 ▷당무감사 결과 ▷당 지지도와 의원 지지도 간 격차가 큰 의원들을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공관위는 이르면 12월 중순 발족한다.
공관위는 당무감사위에서 보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공천 심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공천의 속성상 정량 평가보다 정성 평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당무감사위 보고가 절대적인 잣대는 될 수 없다.
설사 당무감사에서 컷오프가 되더라도 공관위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곽상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병준 비대위 당무감사에서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체제 하에서 대구 중남구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곽 전 의원이 황 전 대표와 대학 동문(성균관대)이라는 점에서 여러 추측이 나돌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물갈이 폭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공천룰' 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당 총선기획단이 '현역 물갈이론'을 강조하는 게 심상치 않다. 총선기획단 대변인인 배준영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KBS라디오에서 "2008년에는 우리 당이 현역 물갈이율이 민주당보다 2배 높았는데 저희가 크게 앞서면서 승리했다"고 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현역 교체율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38%,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19%였다. 그 결과 각각 153석, 81석을 차지하며 한나라당이 크게 승리했다.
내년 총선 성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국민의힘은 과거 승리 방정식을 소환하며 물갈이폭을 강조하고 있고, 결국은 TK를 포함한 영남권 현역 의원의 희생이 전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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