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낮춰 잡았다. 지난 2월(2.4%), 5월(2.3%), 8월(2.2%)에 이어 3차례나 하향 조정했다. 경제 반등 속도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과 함께 저성장 장기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30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1%를 제시했다. 지난 8월 전망보다 0.1%포인트(p) 낮은 수치다. 한은은 "내년 수출·설비 투자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내수 회복 모멘텀 약화로 지난 전망을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월 2.4%에서 5월 2.3%, 8월 2.2% 등으로 하향 조정해 왔다. 이번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2.2%보다 낮고, 한국금융연구원(2.1%) 전망치와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 지난 29일(현지 시간) '세계 경제 전망' 발표에서 한국 경제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3%로 0.2%p 높여 잡았다.
또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올해 전망치를 3.5%에서 3.6%로, 내년 전망치는 2.4%에서 2.6%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진정됐으나 물가 상방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 수출은 작년보다 7.8% 줄어든 6천300억 달러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 급감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실적이 떨어지는 등 '무역 악재'가 겹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3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2023년 수출입 평가 및 2024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수출은 6천300억 달러로 작년 대비 7.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입은 6천450억 달러로 11.8% 감소해 한국의 올해 무역수지는 15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3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8개 품목 수출이 작년보다 감소하고, 자동차 등 5개 품목은 수출이 증가할 거란 전망이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올해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반도체 등 주요 업계의 부진과 IT(정보통신기술) 수요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요인이 겹쳤다"며 "반도체 수출 급감과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이 겹치면서 수출이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7.9% 증가한 6천8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은 3.3% 증가한 6천660억 달러로, 내년 무역수지는 140억 달러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반도체 등 IT 제품이 전체 수출 성장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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