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축전염병 유행 속 수의직공무원 태부족, '동물보건사' 가 해법?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처럼 협업체계 강화하면 어떨까" 목소리 나와
실현 가능성은 의문…주사·채혈 업무 제한…수의학계 반대도

영천시 가축방역당국 공수의가 럼피스킨병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영천시 제공
영천시 가축방역당국 공수의가 럼피스킨병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영천시 제공

가축 전염병이 급증하면서 수의직 공무원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동물간호사'(동물보건사) 채용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동물보건사 업무가 제한돼 있는 데다 수의학계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 실현 여부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경북도는 23일 기간제 동물보건사를 채용해 가축 등 대동물 치료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도입된 동물보건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자격 인정을 받아 수의사 지도 아래 동물을 간호하거나 진료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경북도는 동물보건사를 현장에 투입하면 현직 수의직 업무 부담을 덜고 수의직 기피 현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구경북에서는 수성대, 대구한의대, 대구가톨릭대 등이 동물보건사를 양성하고 있는 등 인력 채용에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병원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의료행위를 보조하듯, 동물 의료·방역에도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동물보건사 업무에 침습치료(주사·채혈)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예방접종이 잦은 축산 분야에서는 주사·채혈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런 제한을 풀지 못한다면 동물보건사 채용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지난 7월 농식품부가 나서 동물보건사의 역할(등급) 분류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주사·채혈 치료' 자격을 주는 방안을 시사했지만, 수의학계 반발이 크다.

최근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가 전국 수의과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동물보건사의 주사 등 침습 행위에 반대한다"(76.6%), "동물보건사의 가축 방역, 축산물 위생 검사 업무에 반대한다"(88.6%)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다만 동물보건사를 양성하고 있는 대학 학과들은 농식품부의 제도 개선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동물병원에 국한된 취업문을 넓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한국동물보건사대학교육협회가 동물보건사 업무 확대 및 수의직 공무원 채용 시 자격 우대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동물보건사를 수의직 현장에 투입하려면 현행 교육과정에 대동물 과목을 추가하고, 사회적 합의도 이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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