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제 한파 시달리는 서민들을 정쟁의 희생양으로 내몰지 말라

10월 산업생산, 소비, 투자 증가율이 '트리플 마이너스'에 빠졌다. 국가 경제 활동의 3대 지표가 한 달 만에 모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내수 쪽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수출과 투자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내수 쪽으로는 확산되지 않고 있다.

내수 침체는 고금리 여파가 크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7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고금리 정책을 유지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만, 얼어붙은 내수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영끌·빚투족'에게는 더 냉혹한 현실이 펼쳐질 것이다.

나라 곳간 사정도 녹록지 않다. 올해 10월까지의 국세는 지난해 동기 대비 50조원이나 줄었다.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로 법인세가 23.7% 줄고, 부동산 거래 위축 등으로 소득세 13.5%가 감소한 게 주효했다. 부가가치세(-5조4천억원), 상속·증여세(-1조원), 개별소비세(-4천억원), 증권거래세(-2천억원) 등 세수 감소는 전방위적이었다.

내년도 국가 예산 수립이 중요한 시점에서 국회는 여전히 대치 중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12월 2일)을 코앞에 두고도 더불어민주당은 '이동관 탄핵안' 처리에 곤두서 있고, 국민의힘은 '단독 본회의는 안 된다'며 농성에 돌입했다. 탄핵 여부를 떠나 내부적 문제로도 예산에 집중할 수 없는 게 여야의 현실이다. 국민의힘은 혁신위 때문에 갈등 중이고 민주당은 신당 창당 등 일부 세력의 이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 당의 문제 근원은 혁신과 개혁이다. 국민의힘에선 혁신위 활동이, 민주당은 '비명계가 아니라 개혁 세력'이라는 이낙연 전 대표가 중심에 있다.

정치권이 안고 있는 각자의 내·외부적 문제 해결은 나라 경제와 무관하게 진행해야 한다. 특정인의 탄핵 여부도 예산안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법정 시한 내 예산안을 처리한 뒤 회기를 늘려 탄핵을 논의하든, 개혁을 추진하든지 하면 될 일이다. 선거판 유불리 셈법에 골몰하느라 예산안 처리조차 뒷전인 정치권의 작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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