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는 운동만 잘 하면 되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여야지. 거의 범죄 수준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면 이는 다른 차원의 얘기가 된다. 특히나 국가대표라면 각별히 처신에 유의해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최근 펜싱 전 국가대표 남현희와 축구 현 국가대표 황의조의 국민을 경악케 한 사건이 '국대의 품격'을 논하게 한다. 남현희는 영화에나 나올 법만 기괴한 방법으로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낸 전청조 사기사건의 공범 의혹이고, 황의조는 그동안 여러 루트를 통해 만났던 다수 여성들과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한 혐의다. 둘 다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할 사안으로 국대의 품격을 논하기조차 부끄러운 사안이다.
◆초등학생 희망직업 1위 '운동선수'
자라나는 학생들이 남현희, 황의조 사건을 보면서 뭘 배울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초등학교 선망의 직업 1위가 운동선수인데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모든 종목에서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도달하기 힘든 꿈이자 목표다. 천부적 재능과 부단한 노력이 겸비되어야 하며,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축구 종목의 경우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사법시험을 거쳐 법조인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국가대표팀 23명(최종 엔트리) 안에 든다는 것은 수많은 선수들 중에서 '군계일학'(닭 무리 중에 한마리의 학)이 되어야 가능하다. 매년 1천명 가까이 배출되는 변호사가 되는 것보다 산술적으로도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볼 수 있다.
국가대표가 아니더라도 특정 종목에서 TV나 신문 등 언론에서 주목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가 되면, 대체로 돈과 명예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사실 이 때부터 그 선수의 인품과 자질 그리고 관리능력이 필요하다.
이제 막 꿈을 꾸기 시작하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1위 운동선수들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각별히 자기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황의조, 현재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국대 상실'
축구 국대 황의조 사건은 현재 경찰 브리핑 또는 언론에 나온 얘기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다수의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또 여러 여성과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것만 엽기적인데 상대 여성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은 적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덕적 아웃'이다.
이런 피의 사실들이 회자되고 있을 무렵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황의조를 후반에 투입시켜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8일 윤리위원회, 공정위원회, 전력강화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불법 촬영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가대표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황의조 불법 촬영물을 SNS(소셜네트워트서비스)에 유포한 당사자가 친형수로 밝혀져, 이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술자리에서 호사가들은 '혹시 형수와도 뭐가 엮인 것이 분명하다'는 얘기마저 오가고 있다.
황의조는 사건의 피의자로 국민적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지난달 26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 리그에서 결승골을 넣은 후 관중석으로 달려가 '쉿' 세리머니로 도발해, 여론은 또다시 그의 적반하장격 태도를 문제 삼았다.
◆남현희, 전청조 사기사건의 제일 큰 수혜자
남현희 펜싱 전 국가대표는 2번의 올림픽(2008 베이징, 2012 런던)에서 연속으로 메달을 딴 국민 영웅이다. 하지만 '희대의 사기꾼'(성별을 넘나들 정도)이라 칭할 만한 전청조 사기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제일 큰 수혜자로 여겨지면서, 사실상 공범이 아니냐는 비아냥섞인 비판을 듣고 있다.
사건을 요약해보면, 전청조의 사기는 '남.현.희'라는 이름 석자를 빼면 성립 불가능한 구조다. 전청조는 재력이 있는 학부모 등에게 남현희 펜싱 아카데미 투자를 권유해 거의 30억원을 챙겼으며, 그 중 3분의 1 가량을 남현희의 환심(최고급 스포츠카, 명품백, 귀금속 등)을 사는데 썼다. 사기에도 투자가 필요하듯, 본인이 몸에 신고, 걸치는 것도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경호원까지 대동하는 등 적잖은 비용이 필요했을 듯 보인다.
법적으로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현희가 전청조 구속 이후 '전적으로 속았다'고 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각종 언론을 통해 그동안 둘의 은밀한 대화내용까지 다 알게 되었는데, 차라리 "어느 시점부터 좀 수상했다. 하지만 이미 기차는 출발했고,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편이 지금의 스탠스(입장)보다 더 현명한 선택이었을 지도 모른다.
특히, 남현희 펜싱 아카데미에서 국가대표를 꿈꾸며, '제2의 남현희'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한 원생들과 향후 '펜싱 강국'이 되어 저변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펜싱 붐)에 찬물을 끼얹는 불미스런 사건으로 두고 두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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