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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서민 울리는 조합형 임대주택, 제도 개선 서둘러야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김병구 편집국 부국장

값싼 내 집 마련의 꿈인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제도적 허점이 맞물리면서 외려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안기고 있다.

2020년 이후부터 붐이 일던 이 사업 추진이 최근 최악의 경기 침체로 곳곳에서 삐걱대면서 수천만원씩의 분양 계약금(조합 가입비)을 떼이는 피해가 속출, 제도 개선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싼 계약금과 분양권만 믿고 무턱대고 조합에 가입하기보다 전문가나 행정 당국으로부터 미리 조력을 받는 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은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든 뒤 직접 시행하거나 시행사를 통해 아파트를 지은 뒤 8~10년간 임차해 살다가 바로 분양을 받는 식이다. 이 사업은 최초 분양가의 일부(10% 안팎)만 계약금으로 내면 저렴한 임대료로 최대 10년 동안 내 집처럼 사용하다 시세보다 훨씬 싼 분양권(시세의 80%)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집 없는 서민들에게 솔깃한 방식이다.

문제는 최근 1~2년 사이 경기가 극도로 나빠지면서 조합원 모집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대다수 시행사가 자기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조합원들의 계약금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조합원 모집이 잘 안 될 경우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을 빚어 결국 기존 조합 가입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대구 중구 도시철도 2호선 청라언덕역 인근에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던 시행사는 지난 2021년 조합을 설립, 지상 25층 222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계획을 내세웠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 전체 가구의 20%에 불과한 43명의 조합원만 모집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그러다 보니 당초 올해 1월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완공하겠다고 조합원들에게 공언해 놓고도 12월 현재 착공은커녕 분양홍보관 폐쇄와 함께 사업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결국 조합원 43명의 분양 계약금 16억5천4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판이다. 이 같은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은 이곳을 포함해 지난 2021년부터 지금까지 대구에서만 5개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와 함께 허술한 관련 법체계도 서민들을 보호하기는커녕 피해를 부채질하고 있다.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 시행사는 아파트단지 조성 부지에 대한 매매계약 대금을 한 푼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체 지주 80%의 사용승낙서(동의서)만으로 조합 설립 인가는 물론 조합원 모집, 홍보관 운영 등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다. 돈 한 푼 들이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 분양 계약금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사업이 중단되거나 무산된 이후 조합원들은 당초 계약금조차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조합원이 마지막 수단인 소송을 통해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시행사의 조합 가입비 계좌에 잔액이 없으면 돌려받을 길이 없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홍보비, 대행 수수료, 홍보관 운영비 등 지출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합형 임대주택 사업 과정에서 서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급선무다. 사업 안정성과 조합원 안전장치를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주택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사업 시행사가 전체 사업부지의 일정 부분 이상(지역주택조합의 경우 15%)을 소유해야 조합 설립 인가가 가능토록 하거나, 조합원이 사업 만료 전이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을 사례로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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