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재명의 후흑술(厚黑術)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뻔뻔함이 극에 달해 부끄러움조차도 없는 사람을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고 한다. 조국 사태 이후 세태를 풍자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신조어로 대체되기도 하지만 후안무치는 중국 처세술 '후흑학'(厚黑學)의 최고 경지다. 후흑은 '면후'(面厚)와 '심흑'(心黑)의 조합으로 뻔뻔할 정도의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속마음을 바탕으로 한 처세술이다.

정치적으로는 굴욕을 참으면서 원수를 갚은 '와신상담'의 주인공 월왕(越王) 구천(勾踐)을 후흑의 대가로 보고 덩샤오핑 이래로 중국의 대외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 역시 후흑 외교전략으로 간주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 이정섭 전 차장검사 등을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한 것은 후안무치한 짓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 검사는 수원지검이 수사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 이 대표 수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만일 이 검사가 이 대표 수사 지휘 검사가 아니었더라도 탄핵하려고 했을까?

문제는 민주당이 이 검사에 대해 공수처와 검찰에 각각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가 시작됐고, 검찰에서도 이 검사를 이 대표 수사 지휘 라인에서 배제하고 직접 수사에 착수한 마당에 탄핵안이 일사천리로 처리됐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검찰 개혁 1호 안건으로 처리해 설치된 공수처가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데도 시급한 민생 법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를 미루고 자신의 수사 검사를 서둘러 탄핵소추 의결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수사 압박과 방해 등 방탄용 탄핵이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이 대표의 사당(私黨)으로 전락한 민주당도 마침내 '후흑당'(厚黑黨)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게 된 셈이다. 민주당은 왜 공수처와 검찰의 이 검사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검사 탄핵에 나선 것일까? 최근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된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심 선고에서 유죄가 인정돼 법정구속되는 등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턱밑까지 다가온 것도 이 대표와 민주당을 거세게 압박했을 것이다.

이 대표의 후흑술이 먹혀든다면 현재의 국면을 돌파, 천하를 거머쥐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