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율의 달인' TK출신 이관섭 정책실장, 대통령실 유일 영전 존재감

30년 경력 산업통, 김대중·김영삼 정부서 4년 동안 靑 근무 실력파
전 정부서 탈원전정책 정면 비판하며 한수원 사장직 던져
尹정부 핵심실세로 자리매김

이관섭 신임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관섭 신임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인사 전원이 교체된 가운데 유일하게 실장으로 영전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발탁 인사로 내년 총선 출마자 예상자 명단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되면서 윤석열 정부 임기 중반을 이끌 핵심 실세로 자리매김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실장은 대통령실을 이끄는 3대 핵심 축인 비서실, 국가안보실, 정책실 가운데 국민의 일상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임무를 맡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윤석열 대통령의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신설하고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승진 임명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탁월한 정책 기획력과 조율 능력을 발휘해 굵직한 현안을 원만히 해결해 왔다. 국정 전반에 식견이 높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소통을 바탕으로 국정과제를 추진력 있게 이끌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신임 정책실장은 "120대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당과 가교 역할을 하겠다. 지금 각종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임에도 민생이 어렵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정책을 총동원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의 '친정'이 검찰이나 기획재정부인 점을 고려하면 이 실장은 오롯이 실물 경제를 다루는 실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일각에서 '좌 동훈, 우 관섭' 얘기가 나오는데 정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책은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주도한다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경북 경주 출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졸업 후 지식경제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잔뼈가 굵은 산업전문 관료(행시 27회) 출신이다. 고향 경주에서는 다섯 살 때까지만 살았고 대구로 이사한 후 초중고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실장은 공직생활 동안 선후배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 직원들을 아우르는 온화한 성품에 업무전반을 꿰뚫는 전문성까기 겸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시절에는 원자력발전소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와 관련된 논란이 커지자 원자력발전소 부품 구매제도 개혁 등 원자력발전 산업 혁신방안을 마련해 강도 높게 추진했다.

특히 산업부의 전통적 양대 축인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국장급인 산업경제정책관과 에너지산업정책관, 실장급인 산업정책실장과 에너지자원실장을 모두 지낸 것은 산업부 역사상 이 실장이 처음이었다.

이 실장은 산업경제, 에너지사업·자원 등 산업정책과 에너지 분야에서 30여년의 경력을 쌓은 정통 산업통이면서 발이 넓고 업무조정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조율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항상 따라다닌다. 정통 관료 출신답지 않게 정무적 판단력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실로 발탁되기 전 이 실장은 이미 청와대에서 4년 동안 근무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실장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청와대 사회복지수석실에 행정관으로 부임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교육문화수석실, 총괄조정관실로 자리를 옮겨가며 2000년까지 내리 4년을 일했다. 이 차관의 탁월한 업무 능력을 인정해 청와대에서 놔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이 실장의 강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은 문재인 정부에서 탈(脫)원자력발전 정책에 반대하며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직을 던졌을 때다.

이 실장은 퇴임식에서 "원자력발전 안전에 대한 과학적 믿음에서 벗어나 근거 없이 부풀려지고 과장된 어떤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이 실장은 국무총리인 한덕수의 사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한 총리는 산업부의 전신인 상공부 출신으로 이 신임 수석과 같은 산업부 관료 출신이다. 현재 이 수석이 부회장으로 있는 무역협회에서 한 총리도 2012년부터 3년간 회장직을 역임했었다.

이 실장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발탁 당시 75억3천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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