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일대, 특히 북성로에는 근대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많더라고요. 옛 골목에 남아 있는 역사적 건축물을 복원시키고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켜보면 어떨까요?" 정해원(26·계명대 컴퓨터공학과)
"젊은 세대엔 '신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중구 향촌동에 있는 수제화 골목 활성화 방안으로 지역의 디자인 전공자, 수제화 장인, 소비자 간 유통망 플랫폼을 만들어 보는 방법도 좋겠습니다." 윤태민(21·동신대 전기공학과)
전국 대학생들이 모여 침체된 동성로 상권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지난 1~3일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참가한 전국 9개 대학, 70여명은 "동성로 만의 색이 드러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일 대구 중구 행복기숙사에서 열린 '온기스쿨 in 동성로' 최종 발표회에서는 학생들이 동성로 현장을 누비며 느끼고 생각해 낸 다채로운 '동성로 살리기'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블루스크린'팀(계명대학교)은 동성로만의 특색 있는 문화 공간이 부족하다는 데 착안해, 북성로 등 동성로 옛 골목들을 중심으로 역사적인 건물들을 복원시키고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키자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해원 씨는 "사회가 점차 현대화되며 역사가 잊혀지는 점이 아쉬웠다. 동성로 일대와 북성로에 근대시대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 많다. 근대의 정취가 살아있는 동성로만의 특색을 강조하려고 근대라는 아이템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대구동성로의봄'팀(동신대)은 '수제화 중개 플랫폼' 개발을 제시했다. 지역의 디자인 전공 학도들과 지역 수제화 장인, 소비자 간 유통망을 형성해 대구의 이미지를 '수제화'에 도입해 쇠락해가는 대구 수제화 골목의 부활을 꾀한다는 제안이다.
대구 방문이 처음이라는 윤태민 씨는 "현장에서 사장님들의 고충을 듣고,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현장감과 희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조사에 따르면 대구 경기가 매우 안 좋다고 들었지만, 현장에 가보니 시장 부흥을 위해 힘쓰는 지자체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대학생인 우리들이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도 했다.
'핫풀이 대구로'팀은 기존 대구10미(味)는 개수가 너무 많은 탓에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동성로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대구 10미를 아세요?'라고 물었지만 제대로 답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면서 "▷막창 ▷뭉티기 ▷납작만두 ▷꿀떡 네 가지 요리를 '대구 4미'로 집중적으로 홍보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특히 혼자 먹기에는 다소 가격이 부담스러운 뭉티기를 소분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혼자 동성로를 방문한 이들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제안했다.
지역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로컬광고 플랫폼을 제안하는 팀도 있었다.
'칠면조팀'은 동성로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광고 플랫폼 '이구동성'을 제안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만난 대다수의 소상공인들이 네이버 검색어 상위 노출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칠면조팀은 "네이버 플레이스 검색어 상위 노출을 위해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월 수백만원까지 지불하는 소상공인들도 있다"며 "지역 밀착형 플랫폼이 소상공인들의 홍보부담을 완화하고, 시민들에게는 특색 있는 명소를 소개하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자신만의 것'을 좋아하는 MZ세대의 특성에 주목한 팀도 있었다.
'빅벤저스'팀은 "커스텀 막걸리 주조 팝업 거리를 조성해 젊은 세대를 끌어모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존 동성로의 주 방문층이었던 2030세대가 최근 동성로를 떠나는 주된 이유는 동성로만의 특색을 못 느끼고, 이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체험형 컨텐츠가 부족하기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구가 막걸리로 유명하고, 막걸리 제휴업체 역시 많다. 막걸리를 직접 제조하는 팝업 스토어로 여러 젊은층을 모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중장년층을 동성로로 끌어내는 전략을 제시한 팀도 있었다.
한서대 학생들로 구성된 '한서로'팀은 "소외된 장년층을 동성로로 불러들이기 위해 아날로그 팝업 거리를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만난 중장년층은 다방이나 경양식당 등 자신들이 젊은 시절 자주 방문했지만 이제는 갈 수 없는 장소를 그리워했다"며 "중장년층 일부는 여전히 키오스크 등 기계사용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한 아날로그 거리를 조성하면 이들을 다시 동성로로 불러들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뉴트로 열풍으로 LP 등 기성세대 문화에 관심 있는 MZ세대도 많다는 점에서, 이 팝업 스토어는 세대를 아우르는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기스쿨 in 동성로'를 기획한 김병국 계명대 교수는 "해가 갈수록 더 실용적이고 현실 정치에 접목 가능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향후에도 지역 문제 해결에 더 많은 대학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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