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에서 자취 중인 직장인 김민정(가명·28) 씨는 요즘 편의점을 찾는 일이 부쩍 늘었다. 식자재, 전기료 등 생활비 부담이 커져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는 김 씨는 가장 먼저 외식을 하는 횟수부터 줄였다.
외식을 포기한 김 씨의 대안은 간편식. 김 씨는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파는 간편식이나 즉석식품 등이 종류가 많고 생각보다 알차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비누나 세재 등 생필품 물가를 포함해 전방위적인 고물가 고공행진에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감소하자 외식부터 자제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편의점과 대형마트 '간편식'과 '반값 할인' 등의 수요가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국가통계 포털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분기 이래 매 분기 6∼8%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물가상승률인 3∼5%를 웃도는 수치다.
외식 물가 상승에 소비자들은 최대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 3분기 가계의 식비 지출 중 내식 비중은 50.7%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3.1%포인트(p) 증가한 것이다.
외식물가 상승과 '가성비(품질 대비 가격)'에 대한 관심은 간편식 수요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양이 많고 질이 좋은 식품들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올해 1∼11월 GS25의 PB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0%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전체 상품 매출이 6.7% 증가한 것과 비교해 눈에 띄는 신장세를 보였다.
CU의 초저가 PB인 '헤이루(HEYROO) 득템 시리즈' 역시 올해 1∼11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무려 168.8%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맛집과 협업한 레스토랑 간편식(RMR)에 주력 중이다.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총 15종의 RMR 상품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들어 전체 간편식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의 '반값' 할인 행사에도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7일간 '레드페스티벌'을 열었던 롯데마트는 할인 기간 중 돼지고기와 갑각류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요일보다 150%, 350%가량 크게 늘었다.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진 '쓱데이' 기간 중 이마트 매출 역시 전년 같은 행사 대비 22% 늘었다.
'홈플대란'이라는 이름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대 50% 할인하는 '반값' 상품의 매출 신장이 두드러졌다. 대형마트 기준 '한우 등심'은 90%, '캐나다산 보먹돼 삼겹살, 목심'은 121%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 물가 부담에 더해 1인 가구 비율이 지속해 높아지는 추세여서 간편식의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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