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전력 고속도로화 사업'을 추진한다. 호남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는 서해안 해저케이블(초고압직류송전·HVDC)을 이용하고, 동해안권 전기는 송전탑을 신설해 추가 공급한다. 사업 규모도 상당해 서해안에 설치할 HVDC 비용만 8조원에 육박한다. 동해안 육상 전력망 구축 사업은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민간 자본까지 끌어들이기로 했다.
영호남 양측에서 뽑아 올린 전력의 최종 목적지는 경기도 용인에 들어설 반도체클러스터로 예상된다. 2030년 말 가동 목표인 이곳에 필요한 전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생산한 에너지원마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새로운 '블랙홀' 시대가 도래했다.
자원의 적절한 배분은 국가의 선택 문제지만 전력 상황이 녹록지 않은 지방의 상황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전력 소모가 많은 신산업으로 전환한 비수도권 기업들이 많은 데다 생산 인력이 부족한 현실 때문에 자동화 설비 시설을 확충한 지방 기업들이 늘어나, 경북도만 해도 전력 사용량은 증가 추세다. 포스코를 위해 이강덕 포항시장이 전면에 나서서 전력 유출을 적극 방어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번 수도권 전력 공급 계획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에너지 낙후 지역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같은 맥락에서, 에너지만큼 중요한 국가 인프라인 도로 건설 문제도 들여다볼 일이다. 전국 고속도로 지도상 '백지' 상태인 경북 북부 지역에 도로망을 투입하는 일과 전력 낙후 지역에 전기 고속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고속화를 포기하고 사업비 축소도 양보한 '달빛고속철도 특별법' 수정안 국회 통과 문제도 마찬가지다. 법안은 대구와 광주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사업의 일환이다. 역대 최다 국회의원(261명)이 참여한 '국책' 사업과 같은 일이기도 하다. 여기엔 '전기 먹는 하마, 수도권'의 의견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과 지방은 한정된 국가 재원을 골고루 배분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 시각에서 살펴보면, 오히려 에너지 낙후 지역에 전기를 보내는 일보다 낙후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 더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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