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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인구충격] 백약이 무효한 인구 대책…'지방 탈출' 막고, '추가 출산' 유도해야

대입부터 시작되는 '지방탈출'…'일자리·주거·인프라' 패키지형 지원책 논의해야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떠오른 '정년 연장', 임금체계 개편과 동시에 논의돼야
기존 부부들 추가 출산 의지 높이려면…자동 육휴제 등 피부에 와닿는 혜택 필요

지난 8월 1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지난 8월 1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7회 대구베이비&키즈페어'를 찾은 참관객들이 유모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가족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경제적 부담도 가중되면서 저출산 기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지방 인구가 수도권에 쏠리는 이탈 현상까지 가속화한 탓에 대구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은 '요람에서 무덤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매일신문 대구경북인구기획팀은 지난 7월부터 6개월 간 지역 인구가 감소하는 다양한 원인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함께 짚어 봤다.

그러나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갖가지 노력과 전문가의 거듭된 주문에도 패러다임 반전은 여전히 요원하다. 이번 편에서는 대책 고민에 앞서 그간의 진단을 되짚어본다.

◆청년들 출산·지방정주 의지 ↓…"결혼·출산 꼭 해야 해?"

대구경북의 인구 감소 추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초저출산의 여파로 오는 2070년 국내 인구의 26.9%가 사라질 전망인 가운데 지난해 대구경북의 출생아 수 또한 대구 1만100명, 경북 1만1천300명으로 40년 전(1985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역에서 희망을 잃은 청년들의 지방 '엑소더스(대탈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2055년 대구와 경북 인구는 각각 180만 명, 220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에선 치솟는 집값과 보육료를 감당할 고임금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지방대 졸업장'으로는 수도권 우수 기업에 취업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이 때문에 '지방 탈출' 시점도 구직 시기인 20대 중·후반에서 대학에 입학하는 10대 후반으로 앞당기는 추세다.

같은 이유로 '비혼족'이나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 무자녀 기혼)'도 늘고 있다. 아이가 생겨도 맞벌이를 지속해야 할 만큼 부동산 대출금과 양육·보육·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이 큰 영향이다.

대구 시내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2023년 1월 새해둥이를 돌보는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시내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2023년 1월 새해둥이를 돌보는 모습. 매일신문DB

소득을 스스로에게만 투자하거나, 결혼하지 않고 혼자의 삶을 즐기려고 연애조차 마다하는 '초식남, 건어물녀'도 등장한 지 오래다. 실제 대구경북 혼인건수는 1990년 대구 1만8천250건, 경북 2만5천887건에서 지난해 각각 7천497건, 경북 8천180건으로 22년만에 4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찍이 지방을 떠나 수도권에서 학업과 구직을 하려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수도권에 쏠린 인프라와 고임금 등 '수도권 프리미엄'을 누리며 '성공한 삶'을 살겠다는 이유다.

지방을 떠나 수도권에 정착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지역 기업과 학교는 말라가고 있다. 지역 산업을 떠받칠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오는 2050년이면 전체 인구의 60%에서 40%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일자리를 갖는 데 무리가 없는 지역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양질의 일자리와 낮은 주거비, 충분한 서비스(보건의료 및 문화) 등 3박자를 갖출 '패키지형'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소득 절벽' 노인 인구 늘어...제도 개선 '시급'

떨어지는 출산율만큼이나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맞는 대책과 제도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노후 보장 대책인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도 뜨겁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970~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고령화 비율(총인구 대비 65세 인구)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OECD 37개국 중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한국은 지난 2000년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이후 2018년 고령사회(14% 이상)에 진입했고, 2025년 초고령사회(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노인 빈곤율 역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전체 중위소득 50% 미만)은 40.4%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OECD 국가 평균 노인 빈곤율은 14.5%였다.

빈곤에 따른 노인들의 경제 활동이 불가피하지만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노인일자리사업에 신청하고도 즉시 선발되지 못한 대기자는 13만7천689명에 이른다. 노인일자리사업에 선발되지 못한 대기자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힘들었다'(45.2%)고 응답했다.

불안정한 국민연금 제도도 노인들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60세에 정년을 맞지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인데다, 이마저도 고갈 우려가 커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탓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반발도 세대를 넘어 거세지고 있다.

사회가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는 급증하는 반면 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빠르게 감소하면서 청년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무작정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고, 연금을 받아야 하는 노인들은 수령 시기가 더 이상 늘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년 연장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년을 연장해 노후 소득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섣불리 정년 연장을 추진했다가는 세대 간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갈등의 소지를 줄이려면 호봉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도 정년 연장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4일 강원 양구군 공공산후조리원에서 직원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4일 강원 양구군 공공산후조리원에서 직원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육아휴직 혜택 확대, 사회적 합의 관건

갈수록 딩크족이 증가하고, 젊은 부부가 추가 출산을 포기하는 데는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환경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맞벌이는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잡았지만, 육아와 일을 원활히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은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녀가 있어도 계속 일을 하는 여성'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1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0.0%였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6년 이후 최고치인 것은 물론, 전년보다 2.2% 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이 때문에 '자동 육아휴직제',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 등 맞벌이 부부들이 혜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육아휴직 기간 줄어든 소득을 보전해 주는 방안도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육아휴직 중인 부부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소득대체율(기존 소득 대비 육아휴직 급여로 받는 금액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족 데이터베이스(Family Databas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육아휴직 기간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은 44.6%에 불과했다. 육아휴직 급여가 기존 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OECD 38개 회원국 중 27개국이 육아휴직과 비슷한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소득대체율은 이 중 17번째로 하위권에 속했다.

육아휴직 급여의 재원은 직장인이 납부하는 고용보험 기금이다. 즉,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선 고용보험료를 올려야 하며, 여의치 않으면 정부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경우 직장인이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나 자영업자 등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또한 경기 침체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재원 투입 방안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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