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국채보상로149길 50. 5개 동으로 이루어진 오래된 아파트. 낡은 회색빛 외관과 복도식 나선형 경사로가 계단을 대신하는 곳.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였던 동인시영아파트를 정의하는 열쇳말들이다.
동인시영아파트는 시설 노후화로 재건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사업성이 낮아 번번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비사업조합 정석호 사무장은 "2020년 아파트 철거할 때 보니까 아직도 도시가스를 들이지 않아 연탄으로 난방하는 집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969년 준공된 동인시영아파트는 이제는 기록물 속에서만 존재한다. 보존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19년 마을흔적 보존 기록물을 발행하고 대구 첫 아파트가 살아낸 50년을 담았다. 그 속에는 과거 동인시영의 역사부터 최근까지 아파트에 거주했던 주민들의 추억이 가득했다.

LH 기록물에 따르면 동인시영이 있던 곳은 과거 일본인들이 지은 수영장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실제 관련 학술자료를 보면 1925년 대구공설수영장이 중구 동인동에 지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그 이후 한국전쟁 때는 피난 온 사람들이 판잣집을 지어 살았고 비가 오면 유리창에 흙물이 튈 정도로 온통이 흙투성이였다고 한다.
준공식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온 것은 아직도 아파트의 자랑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잘 되었네. 이만하면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1동 1호에 거주하던 이화남(89) 씨의 증언이다.
입주 당시 328가구가 있었으나 1988~1991년 사이 도로 건설로 아파트가 잘려나가는 아픔도 있었다. 아파트 바로 옆 신천은 요즘 말로 하면 주민들의 커뮤니티 시설이나 다름없었다. 주민들은 신천에서 스케이트도 타고 불꽃놀이도 하고 구슬치기도 했다. 아파트 사람들에게 신천이 놀이터였다.
과거 2동 4호에 거주했던 한진교(60) 씨는 LH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신천에는 먹치라는 은빛 물고기가 살았다. 햇살 좋은 날 먹치 때문에 물이 반짝반짝 빛났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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