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2일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수 466만 명을 기록했다. 이례적인 '서울의 봄' 흥행은 흥미로운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2030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CGV 예매 앱 관객 연령비는 30대가 30%로 가장 높고, 20대 26%, 40대 23%, 50대 17%, 10대가 4% 순이다. 또한 두 번 이상 관람을 하는 n차 관람이 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밈(Meme) 현상이다.
세계적인 사회운동가인 제러미 하이먼즈(Jeremy Heimans)는 '#미투'로 유명한 이러한 현상을 '초연결된 대중' '새로운 권력의 탄생'이라고 정의한다. 이들의 작동 방식은 다수가 만들고, 개방적, 참여적, 동료 집단 주도라는 특징을 가지면서 일정한 방향으로 흐름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심박수 챌린지'가 화제다. "엔딩 직후 심박수 178bpm" "'분노 챌린지' 속 흥행 열풍" MBC 뉴스 보도 제목이다. '심박수 챌린지'란 관람객들 사이에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심박수 측정 기능을 켠 상태로 영화를 관람하고, 엔딩 직후 스마트워치에 측정된 심박수를 찍어 SNS에 올리는 '밈'이다. 실제 역사를 다루는 영화이기에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지만 결말이 그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렬했고, 그만큼 관객들의 분노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는 평을 받아 생겨난 챌린지이다.
영화 소식을 다루는 '맥스무비' 메인 기사에는 '현충원 챌린지'에 대한 기사가 올라와 있다. 실제로 12·12 군사반란 당시 무력으로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에 맞서 목숨을 걸고 정의를 지킨 군인들의 묘소를 찾아 그들이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신념을 추모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의 봄'을 3회 차 관람하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마음이 너무 아파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정병주 장군과 김오랑 중령의 묘소를 참배했다는 관객(아이디 Cgv광)의 글과 인증 사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평론가들의 평론 또한 의미심장하다. 씨네21 이용철 평론가는 '검사의 봄에 되돌아보는, 뱀의 욕망이 낳은 탄식과 울분의 밤', 박평식 평론가 '권력이 영원할 줄 아는 사악한 바보들에게'라는 한 줄 평론을 남겼다.
빅데이터 분석툴을 통해 '서울의 봄'을 검색해 보았다. 빅데이터 버즈량 분석에서 채널별 점유율을 분석하는데 크게 '뉴스(언론) 채널'과 인스타, 커뮤니티 등을 포함하는 '소셜 채널'로 구분한다. 빅데이터 채널 점유율은 일반적으로 '뉴스(언론) 채널'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서울의 봄은 달랐다. '서울의 봄' 키워드 분석 결과 전체 점유율 중 뉴스 점유율은 11.5%에 그쳤고, 커뮤니티 29%, 블로그 23%, 트위터 21% 등 소셜 채널 점유율이 약 90%를 차지했다.
이렇게 소셜 채널 점유율이 높은 이슈는 국민 개개인의 관심이 증폭되며 사회 저변으로 확산된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또한 이슈의 지속 기간이 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봤다. 뉴스 검색과 달리 SNS 등 소셜 채널에서는 해시태그를 통해 검색을 하는데, 해시태그는 본인의 포스팅에 대한 일종의 키워드다. 따라서 소셜 채널의 특성상 해시태그(#)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해시태그가 많이 달리는지, 함께 달리는 연관 해시태그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서울의 봄 해시태그 분석 결과 정보량 증가율 상위 해시태그에 #박스오피스, #애플워치, #챌린지, #갤럭시워치, #챌린지이벤트 등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정보량 증가 상위 30 해시태그에 #윤석열이 순위에 올라와 있고, #윤석열 해시태그 2차 연관어에 #전두환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40년이 지난 역사적 사실을 보면서 국민들은 왜 이토록 분노하는 걸까?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 군사반란 발생. 그날,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었다."
영화를 소개하는 시놉시스의 한 대목이다. 영화가 끝나면서 엔딩 음악으로 '전선을 간다' 군가가 장엄하게 흘러나온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이 없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군부 세력과 무능한 관료, 기회주의자들이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 목도하면서 기시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불러온 이례적인 흥행과 '챌린지'는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한 국민 정서가 고스란히 반영된 현상이다. '119대 29'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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