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에서 수천 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집회가 잦아지면서 교통체증과 소음 등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의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주52시간제 일부 완화' 등으로 노사정 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면서 노동계의 대규모 집회도 빈번해지는 모양새다.
5일 오후 2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주최한 '임단교섭 승리 결의대회'에서는 도심 도로에 크레인 무대를 설치하고 세 개 차로를 조합원들이 점거하면서 시민들은 소음과 교통체증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앞서 지난 7월 12일 오후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도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의 총파업대회가 퇴근 시간까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원성이 이어진 바 있다.
불과 5개월 만에 이번에는 건설노조가 도로 상당부분을 점거하며 시민들은 다시 비슷한 상황에 노출됐다. 이날 대구 동구 신천동 대구전문건설협회 건물 앞에서는 행사 시작을 한 시간 앞둔 시점부터 교통 통제가 시작됐다.
경찰은 왕복 8차로 화랑로 가운데 건설협회 건물 앞 세 개 차로 통행을 전면 차단시켰다. 조합원들의 도로 점거가 예정됨에 따라 벤처밸리네거리 방향 4개 차로 가운데 3개가 통제됐고, 경찰은 차량 소통을 원활히 하려 반대 차로 4개 중 1차로 진행 방향을 반대로 바꿨다.
화랑로9길에서 화랑로로 합류하는 길은 아예 막혔다. 골목길에서 화랑로 방향으로 주행하던 모든 차량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진입이 통제됐다. 간혹 배달 오토바이 몇 대만 경찰에 사정을 설명하면서 어렵게 들어서는 모습이었다.
오후 1시 20분쯤 행사 시작시간이 다가오자, 가뜩이나 교통통제로 붐비는 차로 중 한 개 차로에 다른 지역 조합원들을 싣고 온 대형 관광버스가 줄지어 밀려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린 조합원들이 무대 앞 도로를 점거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비좁은 인도 위 보행자들과 어지럽게 뒤섞이는 모습도 보였다.
화랑로 진입을 시도하던 한 운전자는 경찰을 향해 "왜 도로를 막고 있느냐. 길을 막을 거면 미리 홍보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통제 구간 직전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던 차량도 양 갓길에 세워진 집회 관련 차량과 경찰차 탓에 여러 번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 끝에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이었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소음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소음대책과 교통통제는 경찰에 사전 신고했으므로 문제가 없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길 경우 경찰과 합의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집회가 시작되자 대형 스피커와 구령 소리에 양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잰 걸음으로 이 지역을 지나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인근 카페 손님과 점주 등도 편안한 대화는커녕 주문조차 제대로 받기 어렵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올 하반기 들어 현재까지 대구경찰청으로 접수된 집회신고 가운데 신고 인원이 200명이 넘는 집회는 총 17건이다. 이 가운데 1천명 이상이 모인 집회도 5건에 달했다.
법원 직원 A(50) 씨는 "집회 시위 중 법원이나 검찰, 혹은 정당과 관계된 경우가 많아서인지, 법원 앞 동대구로에서도 집회가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법원 앞 도로는 법원으로 진입하는 차량, 주차난 때문에 가뜩이나 맨 오른쪽 차선이 막히는데, 집회 때문에 2~3개 차로를 추가로 막으면 너무 불편하다. 퇴근시간대에도 그러고 있으면 화가 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행진을 하는 건 몰라도, 도로에 무대를 차리고 집회하는 건 자제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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