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그 후폭풍은 우리 정치 지형을 송두리째 뒤집어놓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식물화는 물론 보수 진영 전체가 무너지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엄청난 균열이 올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이런 대(大)몰락의 길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인적 쇄신 요구를 거부했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가 요구한 지도부·중진·친윤의 희생(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혁신안을 뭉개 버렸다. 혁신위는 당사자들이 거부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자 4일까지 지도부의 답변을 요구했는데 지도부는 이날 혁신안을 최고위원회에 상정하지도 않은 것이다. 여러 이유를 들지만 속내는 '희생'이 싫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나자 혁신위를 꾸렸다. 처음에는 자못 비장했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로 갔다. 인 위원장에게 '윤심'을 팔지 말라고 해놓고 자신은 지지자들 앞에서 '윤심'을 팔았다. '친윤 중의 친윤'이라는 부산 지역 의원은 지지자를 대거 동원하는 실력 행사까지 했다. 당, 윤 정부 그리고 나라가 어찌 되건 말건 나만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벌건 이기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김 대표는 혁신안의 최고위원회 상정 거부로 혁신 거부 행진에 화룡점정(畵龍點睛)했다. 인 위원장에게 '전권' 운운했던 약속은 결국 국민을 눈속임한 립서비스였던 셈이다. 총선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도층이 이를 어떻게 볼지 뻔하다.
국민의힘이 혁신을 이루고 민심을 돌릴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혁신위가 7일 최고위원회에 다시 희생 혁신안 상정을 요청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지도부가 거부하면 혁신위는 조기 해산 수순으로 갈 것이다. 그게 내년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게 이 나라를 어떤 지경으로 몰고 갈지 김 대표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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