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 퇴진’이 창당 목표라는데, 과연 어느 나라 정당인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칭 '윤석열 퇴진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 탄핵을 자신의 힘으로 완성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박근혜 탄핵'에 성공하고 '노무현 탄핵'은 막아 봤다. 성공적으로 완수한 공수(攻守) 활동의 전력이 자신감을 더해 줬는지 모른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창당 목표는 아무리 관대하게 해석해도 동의하기 어렵다. 정당법상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반면 송 전 대표는 대통령 탄핵이란 창당 목표만 밝혔을 뿐 정강 정책이나 정치 철학은 모르쇠다. 정책 개발과 국민 권익을 대변해야 할 정당이 국가 수장을 밀어내기 위해 창당한다는 게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드러난 국민적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민주적 발상을 넘어, 북한 노동당의 창당 이념과 비슷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검찰의 칼날이 자신의 목전에 들어오자, 창당 카드를 꺼냈다. 시점도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맞붙을 당시에도 "오 후보와의 경쟁이 아니라 윤석열 검찰 공화국 정부와의 승부"라며 대통령 흠집에만 열을 냈다. 정치적 열세를 극복하고 돌파구 마련이 필요할 때마다 대통령을 호출하는 형국이다.

'돈봉투 사건'으로 지난 4월 조기 귀국할 시점에서, 창당 과정은 그의 머릿속엔 없어 보였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고조되고 위성정당 가능성이 회자되자 '이런 묘수가 있었네!' 하면서 무릎을 쳤을지 모를 일이다. 급조한 구상을 이어가기 위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손절' 의사에도 여야 인사들을 줄줄이 거명하며 '나 홀로' 세 형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국민 안위와 직결된 정책이 부재한 정치 집단이 역사 속에서 성공한 전례는 없다. 창당을 방패 삼아 자신의 허물을 사법 당국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입법 활동을 위해 정당을 만들겠다는 인사가 법을 적용하는 사법 활동을 부정하는 행위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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