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내 살해 후 교통사고로 위장…육군 원사 징역 '35년' 선고

아내 사망보험금 타내려다 미수에 그치기도…"엄중한 책임 물어야"

지난 3월 사고 당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119구조대원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지난 3월 사고 당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119구조대원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아내를 살해한 후 교통사고로 위장해 사망보험금을 타 내려 한 40대 육군 원사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5일 제3지역군사법원 제2부는 살인과 사체손괴,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7)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 5년 더 많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A씨가 아내를 살해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A씨는 아내가 목을 졸려 의식을 잃자 숨졌다고 착각하고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숨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만한 징후나 뚜렷한 동기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목 부위에 끈 자국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점, 의식을 잃은 배우자를 발견하고 신고하거나 응급처치하지 않고 오히려 범행 현장을 치우고 청소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 등을 고려했을 때 목을 조른 적 없다는 피고인 측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과 객관적 정황에 모순되는 진술로 일관하는 등 범행에 대한 참회나 반성 등의 감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범행의 중대성,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8일 오전 4시52분쯤 강원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숨진 아내 B(41) 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 옹벽을 들이받는 등 교통 사망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아내를 여행용 가방 안에 넣어 지하 주차장으로 옮긴 후 차량 조수석에 엎어놓은 형태로 B씨를 싣고 안전벨트도 채우지 않았었다.

공소장에는 A씨가 B씨의 사망보험금 명목으로 4억7천여만원을 받아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포함됐다. A씨는 당시 은행 빚 약 8천만원을 비롯해 저축은행과 카드사로부터 총 2억9천여만원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었고 제때 갚지 못하면서 여러 차례 단기 대출도 받은 상태였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위장 사고를 냈다는 기존의 공소사실에 더해 택일적 공소사실로 'A씨가 B씨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한 후 B씨가 사망했다고 착각, 범행을 은폐하려고 교통사고를 내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더했다.

'택일적 공소사실'이란 공소장에 여러 개의 범죄사실 또는 적용법조에 대해 어느 것을 유죄로 인정해도 좋다는 취지로 기재하는 것을 일컫는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인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는 1심 선고가 끝난 후 "천인공노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해 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피고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납득할 수 없는 진술로 변명했으나 재판부에서 적절히 잘 판단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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