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창단한 극단 「온누리」가 올해 창단 30년을 맞았다. 7일에는 예술극장 '온'에서 30년사 출판기념식과 아카이빙 전시를 개최한다. 그동안 대구에서 연극을 생산적으로 지속하고 무대화하면서 버텨온다는 것은 삶의 생존을 덜어내고 연극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연출가의 고된 시간으로 짐작한다. 공연 연혁을 보면서 이국희 연출 생존력은 텍스트를 분해해 실험적이면서도 연출의 미학성으로 무대에 수많은 허구의 집을 지으면서 달려온 것으로 느껴졌다. 창단 30년 동안 지속 가능한 작품을 발굴해 연극인의 삶으로서 이국희 예술가의 실천적인 고뇌의 숙성 세월을 묵직하게 짐작하게 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해오고 있는 극단들도 연극을 무기로 생존한 극단은 드물다. 그만큼 창단 30주년은 지역 연극사로도 기록되어야 하고 연출가의 작업방식이 미래 대구연극발전에 토양이 되어야 할 만큼 의미가 크다. 한국연극 100년사에 있어 현대연극 수용은 반세기에 불과한 나이다. 1900년대 초부터 해방 이전까지 한국연극은 신파극을 중심으로 대중극과 사실주의 극을 위시한 신극계열로 구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극사 대부분은 서구 근대 사실주의 도입과 정착을 위해 바쳐졌다. 1960년대 이전까지는 서구연극의 모방과 추종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70년대 실험극과 소극장 열풍을 위시해 80년대는 번역극과 창작극이 공존하는 시대였으면서도 우리 연극에 대한 활기(活氣)가 있었던 시대였다. 90년대는 '연극영화 해'(1991)를 맞았다. 한국연극의 부흥기를 열게 되었고 극단 「온누리」도 1992년 한국연극이 뜨거웠던 20세기 말 연극부흥의 시대에 창단된 것은 대구에서 진취적인 연극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다짐이었다.
◆1990년대 대구를 대표할 만한 '이국희 연출의 작품성'
<미친 사람들>(작, 죠오튼, 1992, 3)로 창단공연을 할 때 이야기다. 이국희 연출은 27세의 나이였다. 극단 「객석과 무대」와 대구대학교 「비호 극회」의 연극 경험으로 극단을 창단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일 수 있으면서도 이국희 연출은 연극에 대한 집념과 대구연극 변화의 갈증이 있었다. 당시 90년대의 연극은 번역극과 반사실주의 연극형식들이 깨지고 창작극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 연극들이 현대적으로 무대화되고 파격적인 변화의 실험성으로 대학로 연극문화가 재편성되던 시절이었다. 서강대 연극반 출신의 최용훈을 중심으로 한 극단 「작은 신화」도 그러했고, 중앙대 「영죽무대」 출신 조광화와 부산에서 올라온 김광보의 <종로고양이>를 기점으로 극단 「청우」의 창단(1995) 작품도 세대교체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국희 연출의 등장은 대학로의 세대교체 연출가들과 동시대의 등장이었다. 극단 청우보다 3년 앞선 시점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극단 온누리 창단은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당시 이국희 연출은 한국연극의 작품생태계가 변화된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변화를 청년 나이에 직감해 극단을 창단한 것은 무대에서는 연출로, 연극이론들을 섭취해온 감각적인 판단의 결과였다. 그만큼 이국희는 집요하게 공부하는 연출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존연극 질서와 다른 연극, 재연의 연극에서 실험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연극 미학으로 승부를 걸고 싶었고 자신감도 넘쳤다. 자신감은 창단 30년 동안 창작극, 번역극, 아동극과 가족극을 포함하고 재공연을 합쳐 176편의 작품, 1년 6개 작품 이상을 지속해서 공연해온 것을 알 수 있다.
극단의 생존력은 작품성이고 대중들을 각인시킬만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 극단 이름표만 살아있는 채로 퇴출되는 게 한국연극의 현대사에도 흔한 일이다. 그만큼 그는 무대를 향해 집요하게 달려 30년 동안 180여 편에 이르는 공연목록은 대단한 성과일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 극단 연혁에는 대구연극을 위해 헌신해온 연출자이자 대표의 삶이 그대로 박혀있다. 대구 연극사로도 기존연극을 전복(顚覆)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심에 이국희 연출이 있었다는 점이다. 극단의 생존은 작품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국희 연출의 특징은 텍스트의 재현성에서 연출미학으로 무대화시킨다는 점이 뚜렷하게 발견된다. 희곡은 재현의 도구가 아니라 무대로 움직이는 생동의 예술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텍스트 전경(全景)에 의존하지 않고 형식과 구조를 이동시키며 작품에 투영된 무대는, 희곡 언어보다는 연출의 언어로 재해석되어 전달된다는 점이다. 재해석, 무대 공간의 구조화, 이미지시각화, 오브제, 배우의 기호로 희곡은 이국희 무대에서 생동하는 물질로 전달되고 있다. 공연 작품에서는 <외출>(2019, 제36회 대구연극제 대상, 연출상, 김민수 작 이국희 연출), <갯골의 여자들>(2021 대구연극에 연기상, 김광탁 작, 이국희 연출) 두 작품이 연출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장면은 연극적인 은유와 시각화를 보여준 수작이었다.
◆ 여성의 삶과 애환 <갯골의 여자들> 노년의 동심<외출>
<갯골의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여인들의 애환과 삶을 그려내면서 갯골에 묻혀 죽음을 맞이하는 할머니(신숙희 분)의 이야기다. 이국희는 작품의 도입부터 공간의 미학성을 들어낸다. 프롤로그는 갯골 여자들 삶을 설화적인 모티브처럼 그려진다. 갯골의 바다는 현대적인 막으로 둘러치고 막 뒤로 동화그림자극처럼 투사해 갯골 진흙 바다에서 바지락을 캐며 살아가는 <갯골의 여자들>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연출은 공간 구조를 미니멀 하면서도 전경의 시각이 연극적인 미학성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거추장스러운 구조를 걷어내고 있다. 대형으로 둘러싸인 천막은 때로는 바다로, 일몰과 일출로 흔들거리는 갯골로, 할머니의 죽음을 그려내는 바닷물로 그려진다. 특히 갯골 바다의 그물장 고목나무 뼈대는 갯골 여자들의 삶과 애환의 닮음으로 공간 여백을 살려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무대에 일몰 바닷물이 차이는데도 평생 바지락을 깨던 진흙밭을 나갈 수 없어 끈으로 육신을 그물망에 묶고 죽음을 기다리는 할머니한테 아픔의 연민이 깊게 배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은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시작된다. 조용히 죽어가는 할머니의 죽음을 뒤편 대형 천이 일몰 바닷물이 들어오는 속도로 움직이면서 죽음을 은유하는 무대의 시각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손녀 연 이(남가설 분)한테 먹이려고 기르던 개를 김포댁(구진아 분)이 나서서 죽을 때까지 몽둥이로 쳐내는 장면은 논란도 있을 수 있지만, 희곡을 무대로 시각화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극단의 <외출>(이국희 연출, 김민수 작)은 환갑에 거세되었던 동심으로 돌아가 당당한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극 중 인물 김영애 (신숙희 분)의 노년 삶의 이야기다. 김영애는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재회한 남자 동창과 1년 동안 배낭 메고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남편 권두석 (채치민 분)의 65세 생일날 가족이 모인대서 사막의 별과 빙하를 보고 들판에 누워 책을 읽으면서 노년에도 거세할 수 없는 동심의 순수함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파격적인 말을 꺼낸다. 만약, 어느 날 평생을 살아온 부인이 초등학교 동창과 동심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계획을 꺼낸다면 어떨까. '쿨' 하게 "잘 다녀와" 말 할 수 있는 남편은 몇 명이 될까. 연극 <외출>이 무대에서 속도를 내는 것은 소재의 파격적인 설정, 동창과 해외여행을 떠날 때까지의 긴장감, 남편의 심리와 태도의 변화를 보이는 극적인 부분들이다. 이국희 연출< 외출>은 거세되지 않는 노년의 자아와 욕망, 동심의 소풍을 무대로 전경화 된다.
무대는 벚꽃나무 한그루를 입체적으로 올려놓고 무대 뒷면 스크린 영상으로 확장해 떨어지지 않는 화려한 벚꽃은 노년이 되어도 돌아가야 할 동심의 욕망으로 투사된다. 무대 앞으로는 영애가 40년 인생을 함께 견디어온 피부 같은 의자가 놓여 있다. 화려하게 피어오른 '벚꽃'은 여전히 그 꽃잎이 노년이 되어도 떨어질 수 없는 동심의 세계이며 영애의 내면이다. 무대 장면은 피아노 소리와 아코디언 연주의 곡으로 열리고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영애 내면의 욕망은 과거로 멈춰져 있다. 연출은 노년이 되어도 밀쳐 낼 수 없는 영애의 동심과 내면을 젊은 영애로 극 중 인물을 분산화(分身)시켜 내면 욕망과 동심의 세계를 투영한다. 무대는 동심의 세계로 떠나고 싶어 하는 내면의 강렬한 욕망을 젊은 영애( 홍기쁨 분)가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아코디언 음악( 오버 더 레인보우)은 영애의 내면을 따라가며 무대는 꿈의 소꿉놀이를 하듯 간결한 오브제로 장면을 전환하고 있다.
아코디언 음악은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영애 욕망의 소리이며 살아있는 동심의 축제다. 무대는 중국집으로 바뀌고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의 일상스러움이 수다스럽게 비친다. 손녀딸 오소라(강헤림 분)는 커다란 토끼 캐릭터를 흔들며 할아버지 앞에서 "할아버지 힘내세요" 노래 부르고 초등학교 동창과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영애 말에 차가운 가족들 시선이 더해진다. 딸은 엄마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며 " 사춘기 소녀"라고 쏘아 붓이고 남편은" 가려면 이혼을 하고 가라"고 통보한다. 여행을 만류하는 남편 앞에 영애는 " 육십 넘으면 죽을 날만 기다리며 그렇게 시들어 가는 꽃 마냥 그렇게 늙어 가야해? 육십 넘었다고 죽을 날만 기다릴 순 없잖아. 아직 살아있는 거잖아. 살아있는 동안은 뭔가는 있어야 하잖아. 난 그 뭔가를 찾고 싶어"라고 절규한다. 연출은 영애와 남편, 가족들과의 갈등에서도 동심으로 소풍을 떠나고 싶은 영애의 내면을 젊은 시절의 분신과 마음을 보듬고 마주 보게 한다. 장면전환 틈으로 분신의 움직임과 아코디언의 소리로 영애 내면의 상처와 마음을 보듬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강렬한 욕망으로 그려낸다. 아코디언 음악은 고향, 기억, 순수, 동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살아나는 내면의 소리이다. 노년에도 영애의 내면을 떠나지 못하는 젊은 영애 몸짓은 망각된 동심의 기억을 거세할 수 없는 희망의 전류이며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의 축제로 꿈틀댄다. 영애의 초등학교 동창과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노년의 욕망은 60대가 되어도 다시 떠나야 하는 동심의 세계이며, 동창 김영수도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바쁜 삶과 인생, 한 아이의 엄마와 부인으로 살아온 40여 년의 세월에 멈춰 버리고 잊고 살아온 어린 시절의 동심은 세계여행을 떠나면서 고여 있는 내면은 치유가 되고 인생 2막을 살아가는 노년의 희망이 되어가는 작품이다.
◆ 연출의 무대 시각화와 이미지
<외출>, <갯골의 여자들>'은 희곡의 구조로 전경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희곡을 섬기면서도 서사의 특징들을 재해석해 이국희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특징은 장면의 이미지화다. 장면과 장면으로 충돌되는 사이는 이미지 여백으로 채워진다. 간결하면서도 미니멀한 구도의 미장센에서 발화되는 서사는 연출 언어로 발현되어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 작품마다 두드러진다. <갯골의 여자들>에서는 바지락을 캐며 살아가는 서해 갯골의 여자들을 바다를 벗어날 수 없는 죽음과 삶의 소외성을 영상과 이미지로 투사해 사실감을 높이면서도 이미지의 은유는 작가 언어에서 연출 언어로 무공간에서 선명하게 발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외출>에서도 연출은 남편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두식의 마음을 (코러스)로 전경화 시켜 강렬한 춤으로 들어낸다. 동창생 김영수 앞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이미지 장면으로 분할해 영애와 남편의 내면을 투영하고 있는 것도 무대 이미지화의 연출의 동일한 표현 방식들이다. 아코디언 소리에 무대 후면은 마치 어린 시절 공터의 길가처럼 변화되고 잊고 살았던 그 시절 동심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영애의 욕망은 붉은 벚꽃으로 이미지화되고 동심으로 외출하고 싶은 영애의 내면과 동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으로 그려진다. 스크린으로 투사되는 벚꽃은 극 후반으로 갈수록 강렬한 색으로 변화되고 젊은 영애의 몸짓으로 중첩해 거세할 수 없는 영애의 강렬한 욕망과 내면을 투영시켜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벚꽃은 영애 내면으로 60세 인생에도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생동하는 동심의 기억이자 반드시 돌아가야 할 집이다. 떠날 수 없을 것 같은 영애 동심의 여행은 "뭐하는 놈이야" 영어 잘하는 놈이야." 남편 말에 영애는 "키도 작고 집안 형편도 어려워서 학교도 늦게 들어갔어. (중략) 나보다는 두 살 많고 당신보다는 두 살 어려. 이름은 김영수" 남편은 동창생을 만나고 어렵게 살아온 그의 삶과 순수한 여행에 공감하고 동창도 영애를 통해 비로소 잊고 살아온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간다. 영애는 "나…. 잘살고 싶어. 노인네가 아니라 김영애로…. 어린 시절 마당에서 별 보며 세상에 대해 꿈꿨던 그 꿈 많던 김영애로 (중략) 잘 살기 위해 외출 나가는 거야. 육십 인생 정리하러 외출 나가는 거야." 무대는 출국장 게이트로 바뀌고 영상은 쏟아지는 사막의 별을 비춘다. 세계여행 중에 남편에게 쉴 새 없이 전화하는 영애는 "떨어져 있으니 연애하는 것 같다"라고 말하고 사막을 걸으며 바람 소리를 들었다고 말하는 두 사람의 대화 뒤로 어린 시절 내면의 영애가 사막의 별을 바라본다. 멈추어 버린 동심의 자아와 당당한 '김영애'로 살아가고 싶은 노년의 욕망은 동심의 소풍을 통해 치유되고 살아가는 희망이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이 영애가 즐겨 사용하던 의자에 앉으므로 써 동심으로 외출하는 노년의 소풍과 욕망에 공감하게 된다. <외출>은 희곡에서는 그려지지 않은 젊은 시절의 인물(분신)을 설정하고 이미지로 전경화 시켜낸 작품이 된 것처럼 극단 온누리는 170편의 작품을 창단 30년 동안 무대화해 오면서 그 연출적인 특징을 무대로 살려내고 있다.
◆ 30년을 무대로 숙성해 이국희 연출로 발효된 극단 온누리
90년대 창단 초기에는 창작극과 번역극 중심으로 발표를 해오면서도 창작극에 대한 애착이 두드러졌다. 대구 창작 초연작품 <박제가 된 인간들>(2005), <전설의 고향>(2005, 호러연극제 참가작), <봄, 여름, 가을 그리고...>(2008), <무서운 가족>(2009)은 대구 희곡작가인 김재만과 이국희 연출로 공연된 작품이다. <아들은 엄마의 나이를 모른다>(강석호 작, 이국희 연출 2016), < 이웃집 쌀통>(김란이 작, 이국희 연출, 2017), 생명존중 뮤지컬 <나비의 꿈>(강석호 작, 이국희 연출, 2019) 등의 작품도 대구에서 초연된 창작 작품들이다. 지역작가의 작품을 발굴하고 극단 「온누리」의 무대 언어로 10여 작품의 초연작품들을 발표한 것은 기존희곡의 선택적 한계성에서 탈피해 이국희의 무대적 특징을 살리겠다는 연출적인 욕망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작품 연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국희 연출은 창단 이듬해 이만희 작<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1993,4)로 제10회 대구연극제에서 대상, 연출상, 연기상 3관왕을 수상하며 이국희 연출 등장을 알리는 작품이 되었다. 이어, 조원석 작< 술래잡기>(1995, 6)로 제12회 대구연극제에서 연출상을 수상, 오태석 작<태>(1997, 3) 으로는 제14회 대구연극제 대상, 연출상을 받았다. 창단 5년 만에 세 작품으로 대구연극을 세대교체 하는 대표적인 연출가로 부상하게 된다.
이후에도 이강백 작 <진땀 흘리기>(2003,4)로 제20회 대구연극제 대상, 연출상, 우수연기상, 박근형 작 <경숙이 경숙아버지>(2007, 4)로 제24회 대구연극제 대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과 제25회 전국연극제에서 은상과 연기상을 수상하며 이국희 연출을 전국적으로 각인(刻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대구연극제로만 연출상과 작품 대상을 6회에 걸쳐 수상한 것은 작품성이 연출적 모방으로 활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연출로 희곡의 특징을 살려 기존 작품들과 표현의 전달성을 달리 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목탁구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1990, 4.27~5.10)가 문예회관 소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초연된 뒤 이국희 연출은 이듬해 지역 초연으로 무대화하고 대구연극제에서 수상을 하게 된다. 이 작품으로 제11회 전국연극제에서 문예진흥원장 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연출의 특징을 설명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총평에서 故) 박조열 선생(극작가, 제11회 전국연극제 심사위원장)은 "이번 연극제에서 괄목할만한 연출가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원작의 지정을 무시하고 자기 나름의 독특한 무대 파악이 간편하고도 상징적인 세트를 구성함으로써 서울공연과는 매우 다른 모습의 <,그것은 목탁구멍의…….>이국희는 시종 많이 등장했던 인물들로 방만스럽거나 산만스러울 수 있는 극 진행 상황이었음에도 그들을 적절히 구사함으로써 막아낼 수 있었다."라는 평을 했다. 박조열 선생의 평가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연출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수상 후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국희 연출은 "이미 서울 등에서 공연됐던 작품이지만 이에 연연하지 않고 나름대로 소신껏 연출한 것이 오히려 영광을 가져온 것 같다"라고 말한 것이 눈에 띄는데, 기존 창작 작품과는 결이 다른 무대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원작의 지정'을 무시했다는 것은 기존 초연작품에서 나타난 희곡의 특징과 구조를 이국희는 다른 각도의 시선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고, 상징적인 세트 무대의 구현은 <외출>, <갯골의 여자들>에서도 나타나 있다. 미니멀한 무대, 상징적인 도구와 오브제 활용, 장면과 장면 사이의 이미지 서사는 이국희 연출이 30년 동안 작품에 내재한 특징들이다. 마지막으로는 등장인물들의 극 진행의 유연성인데 희곡의 인물들 설정을 연출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흔히 창작 초연된 작품을 지역에서 재공연이나 지역 초연으로 공연되는 과정에서 복제에 가까울 정도로 연출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지 못한 채 공연되는 경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국희 연출은 철저하게 공연된 무대를 탈피한 언어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극단 「온누리」 30년의 역사에서 작품으로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연출의 창의적인 시선들로 무대에 투사됐기에 이국희 작품세계는 그만큼 독창적이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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