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국힘, 백신 접종 서둘러라

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난생처음 겪는 복합 통증이었다. 두통, 오한, 발열, 몸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통에 기침이 아니었더라면 신종 병(病)인가 싶을 만큼이었다.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찾았다. 중병은 아니었다. 의사의 판단은 빨랐다. A형 독감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처방도 그만큼 명료했다. 치료제가 있어서였다. 1년 전 코로나19 감염 때와는 격세지감이었다. 일주일을 통째로 감금되다시피 했을 때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약해지고서야 병마의 파괴력을 알게 된다. 약한 것을 알고도 보완하지 않으면 점령당한다. 기세를 올리는 바이러스의 맹공에 콧물 흘리고, 미리 대비하지 못한 자책에 눈물을 흘려본들 늦었다. 책임 방기의 고통을 단단히 치른다. 이런 인류의 반복되는 후회를 덜어준 것이 의학계다. 생체실험이라는 비윤리적 시도도 있었지만 자기희생을 마다치 않는 끈기와 노력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독감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혈투는 현재진행형이다. 심지어 스스로의 팔에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백신을 놔보는 의사도 있었다. 열 사람의 한 걸음보다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인류 발전에 끼친 영향은 숱하다.

어디가 약한지 찾아내 달라며 여당인 국민의힘이 혁신위원회를 꾸린 지 두 달이 다 됐다. 그런데 여러 처방을 내줘도 태무심이다. 백신이든 치료제든 안 맞겠다고 버티는 셈이다. 혁신위를 돌팔이 의사로 치부하는 것처럼 보여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치료제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검증된 치료제나 백신이 아니다. 국민의힘 앞에 놓인 예측치는 매우 비관적이다. 수도권 전멸 시나리오가 나오고, 잇따르는 더불어민주당 설화와 내분에도 반사이익마저 못 얻고 있다.

팔을 걷어붙여 백신을 먼저 맞겠다는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다. 당선권이 보장된 비례대표 출마 대신 험지인 수원을 택한 국민의힘의 1호 영입 인재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어떤 정치권이든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정치를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부패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권한은 계속 변화하고 자기희생을 하고 그렇게 다음 세대로 넘겨줘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국민의힘 수뇌부가 오래 곱씹어야 할 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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