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갑작스럽게 날이 건조하고 추워진 측면이 있어서, 이와 비슷한 특성을 담고 있는 소설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여러모로 이맘때 읽기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상의 자유가 제한된 스탈린 치하 소련,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하는 이 방대하고 기상천외한 서사를 따라가다가 보면 '갑작스럽고, 건조하고, 춥다'란 상기의 표현이 얼마간 이해될 것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 "소련, 즉 러시아니까, 당연히 건조하고 춥다는 인상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 소설은 꽤 더운 봄날 속에서 진행됩니다. 게다가 아주 초장부터 악마와 고양이가 등장하는데요, 이것만 보아도 이 작품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전개될 것이란 기대가 생길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 악마 친구들은 우리의 기대에 열심히 부응해 3일 내내 모스크바에서 할 수 있는 난장이란 난장은 다 치고 다닙니다. 온갖 신묘한 마술을 부려서 사람의 목을 날리고, 텔레포트 시키며, 당사자가 도무지 원하지 않았던 나체쇼를 열어 주고, 급성 정신 이상을 유발하게 하죠. 이러한 사건들은 한결같이 냉담하고 익살스럽게 묘사되어 기괴한 구석이 없잖아 있습니다. 아울러 액자식 구성을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지극히 진중하게 가져가거나 인과가 뚜렷하지 않은 서사를 병치해 환상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하죠.
한편,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작가 최후의 걸작으로, 본인의 경험이 작품 속에 짙게 반영돼 있습니다. 무신론이 근간이 되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악마를 운운하는 작품을 쓴 것만으로도 어째 불안하죠. 게다가 이 작품 속에는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심심찮게, 예수까지, 그것도 상세하고 실제적으로 묘사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 때문은 아닙니다만— 작가는 이오시프 스탈린이 공언한 반체제 인사로서 일생의 상당 기간을 사회적 억압 속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스탈린은 개인적으로 작가의 열렬한 팬이기도 해서, 또는 놔둬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지, 목숨까지 앗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출판과 희곡 상영이 금지되고, 평론가들에게 격렬히 지탄 받고, 생활고를 겪는 등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로 지내게 되죠. 이게 얼마나 지독했는지, 작가 본인이 직접 스탈린에게 "차라리 망명을 하게 해 달라"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이는 허락이 되지 않았고요—대신, 일자리는 주어졌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써내려 갑니다—자그마치 12년이나요!—. 그런 점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거장은 작가 그 자신이라고 볼 수 있고, 이러한 이해가 복잡다단한 텍스트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 "거장이 이름인가요? 마르가리타는 대체 누구죠, 여자인가요? 그리고 난장치는 악마와 거장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거예요?"라고요. 일단 거장은 말 그대로 거장입니다. 특별히 이름이 있지는 않아요. 그리고 그 밖의 문의 사항은 여백이 부족해 적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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