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관점과 맹점의 사각지대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관점이란, 무엇을 관찰하고 판단할 때 가지게 되는 입장이나 위치를 말한다. 같은 것을 보고도 서로가 다르게 느끼는 것은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일상에서 종종 경험한다.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의견 차이가 생기면 감정이 격해져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다 싸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맹점(blind spot)은 시신경이 망막에 들어가는 장소(시신경원판)에 감각수용기가 없어 자극에 반응하지 못하는 곳이자, 시각신경을 이루는 신경섬유들이 망막에서 모이는 곳으로 시각 세포가 없어 빛에 대한 반응이 생성될 수 없어 맹점이라고 한다. 맹점은 운전이나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사각지대와 유사하다.

보고 생각하는 눈과 상상하는 것 사이에는 수많은 관점의 차이가 발생한다. 사람마다 무엇을 보거나 생각하는 태도와 방향은 객관성 보다는 주관성이 먼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점과 맹점 사이에 마음의 눈이 가 닿지 못할 때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관점주의(Perspectivism)'를 떠올려 본다.

관점주의는 니체의 새로운 진리개념을 암시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해석뿐이다'라는 말에서처럼, 그것은 인식론과 존재론 그리고 가치론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하나의 해석학이다. 이러한 해석학에 있어서 주관의 역할은 필연적이며 이때 주관의 역할까지도 해석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은 주관적이다'라고 했을 때, 그것은 주관이 가미된 니체의 해석학인 것이다.

니체에 의하면 인식에는 힘이 작용한다. 이 작용은 충동이나 힘의 획득이라는 의미에 그치기보다는 힘의 의지로 인식하는 관점주의다. 바로 사실이 아닌 해석이라는 관점이다. 관점에서 주관은 필연이고 주관의 역할은 해석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주관적 해석이 된다. 하나의 형식으로서 현 존재가(그러나 존재로서가 아닌 과정과 생성으로서) 욕망하는 목적과 수단, 주관과 객관, 능동과 수동, 사물 자체와 현상이 힘의 의지라는 점에서 니체는 이를 필연적으로 해석으로 본다. 그래서 힘의 의지를 통해 파악하지 못하고 해석하지 못하면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가 산출될 수 있다는 것은 파악될 수 있는 것이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가치는 해석 속에 있다는 니체 철학은 모든 가치를 전도시키고 새로운 가치 정립으로 삶을 고양시키고자 했다. 진리는 세계의 성장 조건이자 다양한 해석의 관점을 통해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품은 시공간의 장이다. 인공지능의 시대 사고의 사각지대를 벗어나 무엇을 보고 느끼고 살아갈 것인가. 폴 발레리의 시처럼, 귀는 말하고, 입은 듣고, 눈 뜬 지성이 낳고 꿈꾸는 삶, 결핍과 공백이 창조하는 삶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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