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미국과 한국 정부의 상반된 조치는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 18일을 '전쟁포로·실종자의 날'로 선포하고 전쟁 중에 실종된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존 하이튼 미 합참 차장은 "미국은 전사한 전우를 절대로 두고 오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들을 찾기 위해 의연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 중 실종된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21일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소연평도 남방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의해 무참하게 사살·소각됐지만 정부는 그를 '자진 월북자'로 몰았다. 공무 수행 중 실종된 공무원을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국방부, 통일부, 해양경찰 등 국가기관이 한통속으로 '반역자'로 만들었다. 이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을 당시 정부가 북한 당국에 강력한 구조 요청을 했다면 사살돼서 소각 처리되는 비극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버림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진 월북자로 매도당하기까지 했다.
'지옥 끝까지라도 찾아가서 유해를 찾아오겠다'며 미국을 위해 희생당한 미군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입장과 달라도 너무 다른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보호 의지였다. 북한 해역에서 표류한 공무원을 구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였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살해 행위를 옹호하기 위해 자진 월북 증거를 조작하는 등 그를 반역자로 낙인찍은 것은 용서할 수 없는 국가범죄다. 국방부와 국정원 및 해경은 '월북 몰이'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을 닫은 공범이었다.
핵과 미사일로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주적'이다. 북한이 남한을 향해서는 핵과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선의'(?)를 신봉하고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추종 세력들은 당시 종전선언-평화협정-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추진했다. 북한 해역에 머물던 이 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그 시각, 문 전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 체결을 제안했으나 북한조차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엔총회 종전선언 제의에 과몰입(?)한 문 전 대통령은 '일개 공무원'의 실종과 북한 해역 표류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북한의 선의(?)도 믿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당시 각종 정보 자산을 통해 이 씨와 북측의 음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이 씨는 구조되지 않고 사살되고 소각 처리되는 비극을 맞았다. 북한과의 평화 무드에 집착한 전임 정부로서는 유엔 무대에서의 종전선언 제안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한 공무원의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자극할까 두려워서 북한의 비인도적 살인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대신 이 씨를 자진 월북자로 만드는 범죄를 기획한 것이다.
북한 해역을 표류한 공무원을 사살·소각한 북한의 잔학한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날 경우 북한에 대한 국민 정서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서 순직자를 반역자로 만드는 국가범죄에 한통속이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성실하게 근무하다가 순직한 한 공무원을 나라를 배신하고 도망친 반역자로 만들었다. 인도적 구조를 외면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북한을 미화하고 감싼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반역자들'이자 주적인 북한 정권을 이롭게 한 부역자들이다. 여전히 북한의 선의를 믿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대한민국의 반역자들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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