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오페라와 미신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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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는 두려움 때문이거나 아니면 우연에서 비롯됐거나 간에 불합리한 믿음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를 '미신'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믿음은 최초의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존재해 왔으며, 상당수는 과학적 근거나 이성적 사고와는 관련이 없지만 불행히도 인간의 삶에서 제거될 수 없다. 이는 오페라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오페라 극장(특히 독일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출연자들에게 행운을 빈다는 인사로 "토이, 토이, 토이(toi, toi, toi)"라고 하는데, 하지만 이 말의 유래를 찾아보면 절대로 그런 뜻이 아니다. '토이(toi)'는 침 뱉는 소리를 독일어로 표현한 것으로, 한글로 하자면 "퉤, 퉤, 퉤"이다.

이는 불운을 기원하는 것이 실제로 행운이 되기도 한다는 미신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은 '토이(toi)'가 독일어로 악마를 뜻하는 '테우펠(Teufel)'의 줄인 말로, 악마의 이름을 부르면 악마를 쫓아낼 수 있다는 믿음에서 "토이, 토이, 토이"라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페라 공연 전에 "잘해!", "행운을 빌어" 식의 인사는 금기이다. 오페라 공연을 앞두고 누군가 "토이, 토이, 토이"하면서 인사를 한다면, 한국에서 부정 탄다고 소금을 뿌리듯이, 받은 그대로 "토이, 토이, 토이"라고 돌려주든지, 아니면 상대의 왼쪽 어깨 너머로 침을 세 번 뱉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의식적인 행위이기에 침을 뱉는 흉내만 내야지 실제로 침을 뱉을 필요는 없다.

또 다른 미신으로는 무대 뒤에서는 휘파람을 불지 않는 것이다. 이건 안전 문제와 관계가 깊은 미신이다. 과거에 극장에서는 도르래를 이용해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단 밧줄을 무대 장치에 연결해 사람들이 힘으로 당기거나 풀어서 이런 장치들을 움직였다. 이런 방식은 범선의 돛을 올리고 내리는 것과 유사해 오래전 극장에서는 비수기의 선원들을 고용해 이런 일들을 하도록 했다. 배에서는 돛을 올리고 내릴 때 호루라기나 휘파람을 불어서 서로 의사소통을 했는데, 만약 무대 뒤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면 이들이 습관적으로 밧줄을 풀어 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7세기 극장에서는 무대 감독의 역할을 하는 프롬프터가 휘파람을 불거나 종을 울려 무대 장치 전환을 위한 지시를 내렸다. 지금은 무대 장치들을 전기 모터의 힘으로 작동시키기에 모래주머니가 엉뚱한 사람 머리 위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여전히 무대 뒤에서 휘파람을 부는 행위는 불운을 부르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외에도 극장의 미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분장실을 나갈 때는 왼발을 먼저 내밀기, 반대로 방문객들은 오른발을 먼저 내밀고 들어오기, 꽃다발은 공연 후에 주기, 드레스 리허설 이후에는 박수 치지 않기, 보라색 옷 입지 않기, 무대 위에 공작 깃털이나 진짜 꽃 두지 않기, 마찬가지로 무대 소품으로 진짜 돈이나 보석 사용하지 않기 등이다.

반대로 어떤 것은 행운을 가져온다는 미신도 있다. 그중 하나는 구부러진 못이다. 공연 전에 이런 못을 발견하면 행운이 따른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파바로티도 이런 사람 중의 하나로 구부러진 못을 보면 손수건으로 싸서 호주머니에 넣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일부러 구부러진 못을 그가 가는 길에 뒀다는 말도 있다.

이런 행위들을 단지 미신으로 치부하기가 힘든 것은, 이렇게 함으로써 불안을 완화해 객관적으로 성과를 향상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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