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개딸과 대깨문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의 설움을 겪었다. 앞으로 우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들을 '개딸'이라고 부르지 못할 수도 있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르기도 한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는 호칭이 비하와 조롱의 의미로 변질되자 포털에서 '금칙어'로 지정됐듯이.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강성 지지층을 통칭하는 용어로 등장한 '개딸'은 '개혁의 딸'의 줄임말로 정치권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대선 패배 후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보선에 나선 데 이어 전당대회에 출마해 대표가 되자 개딸은 이 대표의 최대 지지 그룹으로 전면에 나섰다. 이 대표의 독선적인 당 운영에 비판적인 비이재명계 의원들에게 집단적으로 메시지 폭탄을 보내는가 하면 그들을 겉과 속이 다른 '수박'으로 낙인찍기도 했다.

특히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개딸들의 집단행동은 선을 넘었다. '수박 리스트'를 작성해 수박으로 찍은 이원욱, 김종민 등 비명계 의원들의 사무실 난입을 시도하고 '수박 깨기' 캠페인을 벌이는 등 폭력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딸의 아버지' 이 대표는 과도한 집단행동을 한 개딸들에게 자제 요청 제스처를 취한 적이 없다.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 전 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비명계의 집단 탈당 및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9일 개딸들이 명칭 파기를 선언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 개설자를 자처하는 인사가 9일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개딸 명칭 파기 확인 및 각종 기사 민주당원 정정보도 요구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이다. 그는 앞으로 언론에서는 '개딸'이라는 명칭 대신 민주당원이나 민주당 지지자로 불러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미 고유명사화된 개딸을 민주당원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딸로 불리는 지지층이 모두 민주당원이거나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명칭 파기를 선언하기 이전에 지금까지의 폭력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 명칭을 없애는 수박 깨기 캠페인 같은 우스꽝스러운 짓은 더 이상 하지 않을 텐가?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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