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의 혁신위원회가 활동을 마감하면서 최근 국민의힘은 중진과 친윤(친윤석열)의 험지 출마 요구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인적쇄신이란 카드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한 중진과 친윤의 현재 반응은 예상한 대로다. 일단 버티기다.
8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국민의힘이 현시점에서 자체 판세 분석을 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49지역구 중에서 이길 수 있는 곳은 6곳이다. 이는 21대 총선에서 8곳 승리와 비교하면 오히려 2곳이 줄어들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수도권 121지역구에서 16석만 승리하였다. 그 결과 미래통합당 84석과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19석을 합해서 개헌저지선을 간신히 넘긴 103석의 대참패를 했다.
당시 보수당 대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수도권에서의 패배다. 서울 인천 경기 수도권 121석 중에서 16석만 이겼으니 영남 지역을 다 이기다시피 해도 간신히 개헌저지선을 지키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국민의힘 자체 판세 분석을 보면 내년 22대 총선은 21대 총선보다 의석수가 더 줄어들 가능성을 보여 준다. 만약 그렇게 되어 21대 총선의 의석 103석보다 더 줄어들면 100석의 개헌저지선도 위태로울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당의 내부 판세 분석은 보안을 요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의 자체 판세 분석이 흘러나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연한 것이지만 국민의힘 중앙당에서는 22대 총선의 참패가 예상되면, 어떻게 승리를 할 것인가가 문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중진과 친윤의 험지 출마론으로 보여진다. 그럼 중진과 친윤의 험지 출마론이 왜 나왔을까? 첫째는 인적쇄신과 세대교체다.
당내 시니어 그룹이 주니어 그룹을 대표하는 이준석 전 당대표를 내몰면서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자 인적쇄신과 세대교체의 요구는 역설적으로 더 커졌다. 둘째는 수도권의 인물난이다. 국민의힘 인재 영입은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수도권이 충남과 충북, 강원 서부로 확대되면서 150여 곳 중에서 몇 곳이나 경쟁력 있는 새 인물을 영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 번째는 2004년 17대 총선의 경험법칙 때문이다.
시민 단체의 낙선운동이 거셌던 2004년 17대 총선은 386세대가 등장하는 한 시대의 전환기로 당시 한나라당은 대참패가 예상되었다. 그러자 총선 전략으로 대대적인 물갈이 주장이 나왔고, 도대체 국민의 기대치는 몇 명을 물갈이하는 것인가를 두고 논쟁을 했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물갈이 숫자가 아니라 물러나야 할 인물의 퇴진이 중요했다.
그러자 국민이 퇴진을 바라는 인물들은 더 큰 논란이 되기 전에 스스로 결단을 했다. 이들의 용퇴로 참패가 예상되었던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299석 중 지역구 100석과 비례대표 21석을 얻어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래서 정치적 기득권이나 당내 정치인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러기에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중진과 친윤의 험지 출마를 요구할 수 있었으며, 이는 이미 국민의힘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예견되는 국민의힘 참패에 대한 불가피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역대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의 교체율은 개혁과 변화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더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오히려 국민의힘의 과거 전신인 보수정당의 후보 교체율이 민주당보다 더 높았다. 그럼에도 선거는 패했다. 왜일까? 국민은 인물의 교체 숫자보다 누가 물러나야 하는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당에서는 바뀌어야 할 인물이 물러나지 않고, 그 대신 다른 국회의원들을 다수 교체해서 높은 교체율로 물타기를 했다. 한마디로 보수정당의 물갈이는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여 주거나 감동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17대 총선에서는 김용갑과 정형근 등 중진이 용퇴를 했다. 22대 총선에서 김용갑 정형근과 같은 용퇴가 없다면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 전략이 무엇일까? 20년 시차를 두고 비슷한 위기 상황에서 선택은 국민의힘 중진과 친윤들의 몫이 되었고, 그 선택에 대한 심판은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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