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순 돌기둥인 줄 알았는데…" 김천 수도암 석주, 신라비였다

단순 사찰 개창 기록한 석비에서 신라시대 사찰 창건과 관련한 내용 발견
김천 수도암 석조 비로자나불은 808년 만든 사실 밝혀져

수도암 신라비. 김천시 제공
수도암 신라비. 김천시 제공

2016년까지 단순한 돌기둥으로 알고 있던 김천 수도암 신라비가 수도암 비로자나불 조성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비석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 김천시립도서관에서 '2023년 김천 수도암 신라비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는 2016년 수도암 돌기둥에서 다수 글자가 발견되면서 비석이 어떤 의미 지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하고자 마련됐다.

그전에는 수도암 신라비에 '개주도선국사'(刱主道詵國師)라는 여섯 글자가 새겨진 돌기둥으로만 알려졌다. 개주도선국사란 이 절을 개창한 사람이 도선국사란 의미다. 이 돌기둥이 적지 않은 글자를 빼곡히 새긴 신라비였다는 것이 확인된 건 2016년 11월 돌기둥 보존 처리하던 김선덕 서진문화유산 소장이 돌에 다른 글자 흔적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위덕대 박물관장이던 박홍국 교수에게 알리면서다.

박 교수는 여러 전문가와 현장 조사와 탁본 조사를 거쳐 원래 비석에 190자 정도 글씨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박 교수는 이 돌기둥에 '개주도선국사'라는 글자를 새기는 과정에서, 또 세월이 흐르면서 글자가 지워지거나 판독 불명으로 빠졌지만 '비로자나불'(毗盧遮那佛), '원화 3년'(元和三年), '김생서'(金生書)와 같은 구절을 확인했다고 2019년 신라사학보에 논문을 게재했다.

그리고 이날 학술회의에서 박 교수는 통일신라의 서예가 김생의 필적이라 발표했다.

또한 박남수 동국대 선임연구원은 이번 학술회의에서 기존 판독을 보완하고 새로운 글자를 보강한 내용을 발표했다. 박 연구원은 탁본과 정밀 사진 촬영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전 구절에 더해 '진적'(眞蹟)이라는 글자, '불흥산'(佛興山), '죽산'(竹山), '밀연감□□'(密演甘□□), '항중방당'(斻中方啺), '고김충'(考金冲), '금88푼'(金八十八分), '임인개기'(壬寅開?基) 등의 글자를 새로 판독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박 연구원은 비석의 내용을 "본 수도암이 있는 불흥산(수도산의 옛 이름)에 비로자나불이 나투는 진적이 있었고, 여기에 두 명의 큰 스님이 불법을 강설하다 죽산에서 중국으로 떠났다가 되돌아왔다. 이에 고 김▢충을 위해 금 88푼을 기부해 비로자나불상을 조영하였는데, 본 사찰은 임인년(762)에 개창했고, 원화 8년(808년)에 비로자나불을 만들었다. 이러한 연기와 사적을 김생의 글씨로 본 비명을 새겼다"라고 정리했다.

이어 "수도암 석조비로자나불을 만들도록 돈을 댄 사람은 금 88푼을 기부할 정도로 재력을 갖춘 김씨 성의 진골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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