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심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공사비 갈등을 빚으면서 아파트와 함께 들어선 소공원 등이 도심 내 흉물로 전락했다. 시공사가 유치권 행사를 하며 출입을 막고 있는데, 고사한 수목에 대한 보수도 이뤄지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다.
12일 대구 동구청에 따르면 동부초등학교와 인접한 '해링턴플레이스 동대구'는 지난 7월 31일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만 준공인가 전 사용허가된 상태다. 총 1천265가구 가운데 80% 이상이 입주를 마쳤다.
문제는 주거동과 달리 사업구역 내 아파트 단지와 함께 조성돼 공공에 개방된 공원 및 도로 등 기반시설물은 시공사와 조합 간 마찰을 빚으며 준공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공사대금이 자리하고 있다. 시공사 측은 물가상승 등을 근거로 최초 계약 내용보다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합 측은 비용 상승은 인정하지만 회사 측이 합의 없이 비싼 자재를 썼기 때문에 대금 인상분을 모두 지불할 수 없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 측은 최근 사업 구간에 포함된 소공원(1천250㎡)과 어린이공원(4천477㎡)에 '유치권 행사 중이니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공원 두 곳은 그물로 빙 둘러싸여 들어가지 못하게 해둔 상태로, 인근 주민들은 쉼터를 잃게 됐다.
특히 동부초 맞은 편에 있는 어린이공원을 이용해온 어린이와 학부모들은 갑작스레 이용을 금지당하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6살, 4살 두 자녀를 둔 지모(39) 씨는 "2주쯤 전부터 공원에 그물을 쳐놓고 출입불가 현수막이 걸리면서 아이들이 평소 잘 놀던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근처 다른 놀이 시설이 있긴 하지만 낡고 오래됐다.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달래는 게 고역이다"고 말했다.
동부초 4학년 학부모 이모(52) 씨도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에 학원 차를 기다리면서 자주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이용하기 좋은 미끄럼틀이나 놀이기구가 잘 갖춰져 있고 벤치도 있어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나오는 곳인데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미관상 문제와 보행자들이 공원을 가로지르지도 못하고 빙 둘러가야 하는 불편도 생겼다. 경북대 동문에서 버스로 통학한다는 대학생 이모(22) 씨는 "동문으로 다니는 학생이라면 버스 안이든 걸어서든 지나치면서 볼 수밖에 없는 길목에 위치해 있는데 미관상 나쁘다"고 말했다. 동구청에는 해당 구역에 대해 '왜 준공이 나지 않느냐', '죽은 나무가 너무 많은데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등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 두 공원은 물론 도로 등 기반시설물은 모두 동구청에 무상귀속 될 땅이고,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지만 동구청은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에 대한 부분을 합의한 뒤에 시공사가 공원에 죽은 나무를 재정비하고 구청에 준공을 신청하면 된다. 민간계약에 대해 구청이 개입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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