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너무 애쓰지 마”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너무 애쓰지 마. 너 힘들 거야. 모든 걸 다 해주고도 못 해준 것만 생각나서 미안해질 거고, 다 네 탓 할 거고 죄책감 들 거야. 네가 다 시들어가는 것도 모를 거야. 네 인생이 전부 노란색일 거야. 노란불이 그렇게 깜빡이는데도 너 모를 거야. 아이 행복 때문에 네 행복에는 눈감고 살 거야. 근데 네가 안 행복한데 누가 행복하겠어."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나온 대사다. 우울증으로 입원한 '워킹맘'이 간호사에게 건넨 위로다. 억척스럽게 살아온 자신의 젊은 날을 간호사에게서 본 것이다. 유치원생인 딸을 돌봐줄 곳을 찾아 헤매던 간호사는 이 말에 눈물 흘린다. '막장' 대세 속에서 잘 만든 드라마를 만났다. '정신질환 편견 해소에 도움을 준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공감과 위안을 준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삶이 우리의 현실이니까.

숨막히는 경쟁사회는 정신 건강의 적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안은 정신질환을 촉발한다. 국내 정신질환자는 465만 명(2022년 기준)이다. 2017년 340만 명에서 5년간 37% 증가했다.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 100만 명을 넘었다.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2명(2022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고립·경제난 등이 겹쳐 정신 건강 문제는 악화하고 있다. 상당수 중증 정신질환자들은 치료 사각지대에 있다. 이들 중 몇몇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정신질환은 정신력이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신체에 병이 생기듯, 마음에도 병이 찾아온다. 버틴다고 낫는 병이 아니다. 그렇다고 불치병은 아니다. 일찍 발견해 꾸준히 치료해야 할 질환이다. 정신질환자, 그리고 그 가족은 고통 속에 산다. 싸늘한 시선은 병보다 더 무섭다.

정부가 정신건강 문제를 국가적 어젠다(의제)로 두겠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개입이 핵심이다. 청년층에게 2년 주기로 정신건강 검진을 하고, 2027년까지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정신장애인을 위해 고용·주거·복지 방안도 마련한다. 정신질환 편견 해소 캠페인 예산까지 확대한다. 돋보이는 정책이다. 부디, 공염불(空念佛)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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