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튜브가 미디어 생태계의 정점에 우뚝 올라서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사 업체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튜브 이용자수는 4천200만 명을 넘었고 월평균 시청 시간은 전 세계 평균보다 무려 7시간이 더 많았다. 유튜브로 수익을 올리는 스트리머(streamer)도 10만 명에 육박했으니, 국민 500명당 1명꼴로 새로운 직업군에 들어섰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들은 "자신을 방송하라"(Broadcast Yourself)는 모토 아래 요리, 예능, 키즈, 교육, 금융, 의료, 기술 등 생활 전 분야에서 실용 콘텐츠를 쏟아내며 기성 미디어를 변방으로 내몰고 있다. 일찍이 미디어학자 브런스(A. Bruns)가 프로유저(prouser·생산적 이용자)의 시대를 예고한 것처럼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주역으로 성큼성큼 나서고 있다.
연간 업로드되는 국내 유튜브 동영상 수는 2천만 건 이상으로 보고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동영상 점유율이 가장 높은 분야 중 하나가 정치·시사 채널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냉소와 무관심이 팽배한 해외 국가들과 비교하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정치 양극화와 갈등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 판에 새로운 정치 참여 채널의 등장은 동시에 우려를 안겨준다. 과연 유튜브가 양극화의 치유제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갈등의 촉진제가 될 것인가? 지난 30년에 걸친 온라인 공간의 역사가 일깨워 준 교훈이 있다. "오프라인에서 불가능한 일은 온라인에서는 더욱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잠시 필자의 연구노트에 기록된 유튜브 정치 참여의 양상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낸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은 550개 내외였다. 이 중 상위 2개 채널(진성호방송과 신의한수)의 구독자 수는 320만 명으로, 280개 국회의원과 정당 채널의 전체 구독자 수와 맞먹는 수치였다. 그리고 각 정당의 대선후보 선출에서 선거일까지 상위 110개의 채널에서 2만7천 개 가까이 동영상이 생산되었고 댓글은 700만 개를 넘었다.
이 경이적인 활동은 두 가지 사실을 뒷받침한다. 대선 참여의 무게 추가 유튜브로 급격히 기울어지고, 소수의 채널 운영자들이 유튜브 캠페인의 키를 쥐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수치가 곧 품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의 동영상은 혐오와 분열의 씨앗을 뿌렸고, 이에 반응하는 댓글은 인신 공격에서 부정선거 음모에 이르기까지 네거티브 선거전을 재촉하였다.
대선 이후의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은 더욱 선명하게 좌우로 정렬됐다. 특히 양 이념 집단 내에서 주류를 지지하는 채널들로만 독점적 정치시장이 형성되었다. 즉 비윤, 비명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실종된 주류끼리의 적대적 상호 의존이 유튜브 정치 참여의 본령이다.
특히 대선 패배와 당대표 사법 리스크에 허우적대는 더불어민주당 지지 채널은 더욱 극단적이다. 친명 일색의 채널들이 정당정치에 개입하여 비주류를 억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이재명이 아니라 문재인과 이낙연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지극히 퇴행적이다.
나아가 당내 이견 집단을 겉과 속이 다른 수박으로 능멸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 당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전후해서는 홍위병을 무색하게 하는 수박 조리돌림을 반복했다. 현역 의원들조차 이들과 극단적 지지층에 길들여진 형국이니 친명 채널은 민주당 위의 유사 정당과 다를 바 아니다.
공천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친명 채널의 문지방을 넘나드는 손님들이 확연히 늘었다. 일명 자객이라 불리는 무리가 수박 깨기의 전위대를 자임하고 나섰다. 대개 당대표 특보 따위의 명함을 내건 이들이 친명 채널에 출연하며 수박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미는 장면이 빈번하다.
그리고 거친 언사로 강성 지지층에게 이재명 지키기를 호소하는 포퓰리즘이 공천 전략으로 횡행한다. 친명 채널 또한 수박 의원 공약 평가와 여론조사로 자객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방탄 국회에서 방탄 총선으로 치닫는 이 비정상적 활극의 중심에 유튜브 공천이 똬리를 튼 것이다.
더욱이 재명이네 마을 이장을 겸한 당대표는 이러한 반지성적 폭력 행위를 외면하며 분당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이끌어 온 민주당이 한낱 자객 놀음으로 퇴락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더 많은 수박들이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 의기투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가득하다. 왜냐하면 지금 이 시간의 주인은 공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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