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놓인 900편의 작품을 보는 순간 약간의 흥분을 느꼈다. 그것은 신인들의 새로운 작품을 만난다는 설렘과 근래 고양되고 있는 동시 장르의 관심 때문이다.
수년 전만 해도 작품의 경향이 서정, 서경 또는 어린 날의 회억 등이 주류였으나, 올해는 달랐다. 예를 들면 생생한 삶의 현장과 문명적인 소재, 꿈과 상상의 소재 등이었다. 발상과 표현 역시 참신하고 이미지의 발현도 세련됐다.
그러나 일부 작품은 사물의 유사성과 근접성을 활용하여 재치 있게 형상화했으나 재미에 그쳐 완성도는 떨어졌다. 사회적 관심에 대한 동심의 접목도 메시지 전달에 머물렀다.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강정희의 '내 말', 신영순의 '소리의 껍질', 김영욱의 '빅뱅'이다. 세 작품은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먼저 강정희의 '내 말'은 발상이 새롭고 입말체를 활용한 사실감이 맛깔스러웠다. 그러나 시적 화자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점층 되는 말의 변화에만 머물고 있어 아쉬웠다.
신영순의 '소리의 껍질'은 사물을 조응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소리의 껍질'이라는 추상적인 생각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형상화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각각의 사례를 통합된 이미지로 창출하는 데는 미흡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김영욱의 '빅뱅'은 흔히 다룬 소재이다. 그러나 기존의 방법이 아닌 우주적인 시각으로 다르게 접근했다.
동심은 상상력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우선 '빅뱅'은 규모가 광대하고 꿈과 잘 맞아떨어진다. 동심의 공간도 동네에서 우주로 확대되었으며, 튀밥 역시 단순한 먹거리에 그치지 않고 별이 된다. 익숙한 골목의 뻥튀기에서 발산되는 무한한 상상력과 동심의 무늬가 단연 돋보였다. 그리고 다소 투박한 시어는 약간의 흠이면서도 응모자의 진정성을 갖게 해 주었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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