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고조 유방에게 장량이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겐 한동훈 법무무장관이 있다."
댓바람에 장량과 한동훈의 역할에 대해 평행이론을 들이대본다.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특히 한동훈(직책 생략)은 앞으로 어떤 정치역정이 펼쳐질 지 진행중이다. 물론 중국 왕조시대랑 21세기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엄연한 차이도 염두에 둬야 한다. 2023년 연말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인물인 정치 톱스타 한동훈에게 초점에 맞추고자 한다.
◆"우리 닮았어요", 뛰어난 책사이자 샤프한 언행
장량(張良)은 한(韓)나라 귀족 가문 출신으로 개국공신이다. 진승(陳勝)·오광(吳廣)의 난이 일어났을 때, 유방의 진영에서 뛰어난 책사로 활약했다. 항우와 유방이 만난 '홍문의 회'에서는 위기에 빠진 주군을 구해내기도 했다. 장량은 학문을 깨우친 후부터 범상치 않은 꿈과 야망 그리고 용기를 갖고 있었다. 당시 서슬퍼런 진시황제를 박랑사(하남)에서 저격했으나, 실패한 후 은둔했다. 그리고 황석공(노인)으로부터 '태공병법서'(太公兵法書)를 전수받았다. 한신(韓信)·소하(蕭何)와 함께 한나라 창업의 3명의 영웅 중 하나다. 통일 이후 장쑤(강소)의 유후(留侯, 지역의 제후)에 올랐다.
한동훈 역시 윤석열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부르기에 충분하다. 문재인 정권 당시 추미애·박범계 전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노골적으로 핍박받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훗날을 도모하며 맞섰다. 장량이 진시황제 저격 실패 후 은둔한 것은, 한동훈의 1년 반만에 4번의 좌천에 비유될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무장관 수사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이었으나,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면서 부산고검→법무연수원 용인분원→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부원장 4번이나 좌천됐다.
그는 좌천인사 발표 후 "권력의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 일의 일부이니 담담하게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시기를 견뎌낸 후 정권교체와 함께 우뚝 섰다. 초대 내각의 법무부장관으로 발탁된 것. 한동훈이 따르던 주군(윤석열)은 이 나라의 VIP(군사정권 시절 호칭 '각하')가 됐다. 개국공신으로 주군이 가장 믿고 맡기는 제1의 책사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군과 찰떡궁합, 황후(영부인)도 잘 모셔
"주군이 나를 알아주면 목숨도 바친다." 장량과 한동훈은 주군을 잘 만났다는 공통점도 있다. 주군이 천하를 통일하고, 대권을 잡았으니 이 둘이 함께 빛나는 것도 당연지사. 유방과 장량은 출신배경도 살아온 방식도 너무 달랐지만, 처음 만남부터 죽이 잘 맞았다. 장량은 유방을 수시로 찾아가서 자신이 익힌 태공병법을 설명했고, 유방은 열심히 경청한 후 이를 실전에서 다양하게 활용했다.
한동훈 역시 주군과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외모와 스타일 등은 천양지차. 하지만 둘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찰떡궁합 사주인지, 언론에는 한 번도 마찰이나 갈등을 빚는 모습이 비춰지지 않았다. 음주(주량)와 패션 스타일도 극과극이다. 윤 대통령은 말술(애주가)로 알려지 있지만, 한동훈은 술을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패션 센스 역시 주군은 올드 스타일이라면 한동훈은 세련된 신세대 감각을 자랑한다. 간혹 백팩이나 스카프도 활용할 정도.
주군의 여인을 잘 모시는 것도 둘의 공통점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장량은 유방의 조강지처 여치의 마음을 헤아려 그의 아들 '유영'의 태자 폐위를 막는데도 결정적인 도움(상산 일대의 속세를 등진 은자 '상산사호'(商山四皓)가 유영을 옹위)을 줬다. 장량의 작전이 제대로 먹힌 것. 유방이 후첩인 척희의 아들 '여의'로 태자를 바꾸려 한 것을 되돌린 것이다.
한동훈 역시 주군의 부인 김건희 여사(퍼스트 레이디)와 개인 연락을 할 정도로 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치 사석에서는 '친 형수'를 대하듯 한다고 해석될 소지가 있다. 주군과 부인은 동심일체. 만약 김 여사가 어려움에 처한다면, 그 마음을 가장 먼저 헤아려줌과 동시에 해결책을 내 줄 사람이 한동훈인 것이다.
◆장량과 다른 미래가 펼쳐질 한동훈 '다음 VIP(?)'
장량은 천하 통일 후 유방에게 "하늘이 저에게 폐하를 만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 것. 폐하께서는 저의 계책을 받아주셨고, 다행이 저의 계책이 적중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이룬 공이 아니라 폐하의 배려로 인한 일이니, 다만 유(留)에 봉해 주십시오."라고 열국의 으뜸인 제나라 땅 3만호 대신 주군과 처음 만난 유 땅의 유후가 되었다. 유방은 이런 장량의 소박한 요구에 폭풍 감동을 했다고 전해진다.
유방은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군영의 장막 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의 승리를 결정한다"는 말로 장량을 높이 평가했다. 이제 윤 대통령은 한동훈에게 장량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명장(훌륭한 정치인) 반열에 올라섰으며, 내년 4월 총선 전투(국민 심판)에서 이 정부의 최고 핵심이자 인기스타임을 입증해야 한다. 벌써 여당 내에서 한동훈 깃발은 나부끼고 있다. 그를 간판으로 어떤 전략을 구사할 지는 여권에서 본인과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
만약, 한동훈이 내년 4월 여당의 총선 승리에 선봉장이 된다면, 그는 장량과 달리 제후가 아니라 유방과 윤석열과 같은 반열에도 오를 수 있는 기회까지 잡게 된다. 앞으로 펼쳐질 한동훈의 정치 행보가 더 궁금해지고, 국민적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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