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커스On] 용산과 관계 재정립이 성공 요건…박근혜 비대위 어떻게 성공했나?

◆2011년 박근혜 비대위 성공 요인은 이명박과 차별화…대선 승리까지 쟁취
◆비상대책위원회 성공을 통해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
◆현재 거론되는 인물로 용산과 차별화는 쉽지 않을 듯…용산의 통 큰 변화 필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우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 등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우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 등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환 디지털논설위원
이창환 디지털논설위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내년 4월 선거를 치르는 국민의힘은 역대 가장 성공적이었던 2011년 '박근혜 비대위'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는 늦게 출발했지만 2012년 4월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했고, 한나라당은 그해 12월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김기현 대표 사퇴를 계기로 비대위로 전환하는 국민의힘은 다음 주 비대위를 출범시키는 게 목표다. 가장 중요한 비대위원장을 두고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서울 49개 중 6개 선거구만 우세하다는 내부 보고서로 발칵 뒤집힌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통해 반전에 성공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만큼 비대위의 성공이 중요하다. 비대위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앞선 사례를 살펴봤다.

◆2011 비대위 성공 요인은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1년 12월 9일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에 취임했다. 한나라당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와 당 소속 보좌진의 중앙선거관리위 디도스(DDoS) 공격 개입 사건으로 휘청거렸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과 동시에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로 치러진 10·26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의원의 지원을 받은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취임 5개월 만에 무너졌다. 당시 유승민 최고위원은 박근혜 비대위를 주장하며 12월 7일 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과 함께 전격 사퇴했다. 자연스레 홍 대표 체제가 무너졌다.

박근혜 비대위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색도 빨간색으로 교체했다.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역의원 25%를 공천에서 탈락시키며 인적 쇄신도 단행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게 외부 비대위원 면면이었다. 당에서는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초선인 주광덕·김세연 의원 등이 포함됐다.

외부 인사로는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 조동성 서울대 교수,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활동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창조적 파괴. 경제민주화 등을 강조했다. 이상돈 전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이 전 대표는 젊고 신선함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비대위의 첫 회의가 12월 27일에 열렸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며 미래 권력으로 당내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19대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어 민주통합당(127석)을 크게 앞서며 압승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같은해 12월에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수 정권 재창출을 이뤘다.

이처럼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박근혜' 이름값과 친박계 의원들의 강한 충성심이 쇄신을 가능케 했다.

민주당에서는 2016년 '김종인 비대위'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비대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을 추대했다. 문재인 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에게 '절대적인 공천권'을 약속했다. 실제 이해찬 전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김 비대위원장은 공천을 주도한 끝에 20대 총선에서 123석을 얻어 원내 1당이 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성공 사례를 보면 비대위는 강한 리더십과 확실한 권한을 가진 당내 인사 또는 검증된 외부 인사일 때 성공 확률이 높다. 그렇지 못한 관리형 비대위는 계파 갈등의 희생양이 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퇴한 다음날인 14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퇴한 다음날인 14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비대위 성공 요건은 용산과 관계 재정립

비대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 등 선거기구를 꾸리고 공천과 인재영입 등 선거 업무를 지휘한다. 선거 경험이 필수이고, 정무 감각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용산과 관계 재정립이 가장 중요하다. 가깝게는 연말 김건희 여사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도 관건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14일 "여권의 정치 작동 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 비대위원장도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배경도 이와 같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30%대에 불과한 탓에 신임 비대위원장이 혁신과 쇄신을 하려면 용산에 국정 기조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용산에서 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비대위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김기현 2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박근혜 비대위의 성공 요건은 청와대와 차별화였다. 당명과 당색을 바꾸는 등 이명박 지우기를 통해 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었다.

하지만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용산과 차별화를 주도하기가 쉽지 않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모두 윤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윤 대통령이 통 큰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제3의 인물 주장이 나오는 배경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동훈·원희룡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돼 뭘 하려고 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얼마만큼 차별화를 할 수 있느냐를 알아야 된다. 두 사람의 지금까지 행위를 봤을 적에 차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을 하느냐?"며 차별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면서 "2011년에 박근혜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가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하도록 당을 마음대로 바꿨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원희룡·한동훈으로는 대통령과 차별화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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