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액은 전월보다 5조9천억원 늘어난 1천105조5천억원이다. 지방정부 채무는 포함되지 않았다. 채무액을 1인당으로 환산하면 2천68만원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천642만원이므로 소득에서 부채를 뺀 재무 지표상 단순 소득은 1천600여만원에 불과하다. 최저 임금보다 적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무려 400조원의 국가 부채가 불었다. 코로나19 여파도 있겠으나 소득주도성장을 기조로 한 '세금 뿌리기' 정책이 한몫했다. 탈원전 정책 후에도 전기 요금 인상을 억제해 한전 등의 부채가 급증한 것도 이유다. "곳간의 작물들은 계속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 버린다"는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부채 상승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이런 기조는 지금도 이어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청년 3만원 패스제' 도입을 위해 3천억원짜리 계산서를 최근 정부 측에 청구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선(先)지원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전세 사기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하며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 봐야 한다.
민주당은 내년도 재정 확대 정책을 고집하면서 '아직도 우리 경제는 튼튼하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국가 채무 비율이 선진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든다. 여기엔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리 진행되는 고령화와 연금·기금 적자 확대 등은 계산에서 빠졌다. 2%대의 저성장을 거듭하는 와중에 통일 비용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도 감안하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선동 정책은 또다시 기승을 부릴 것 같다. 국회 권력을 민주당이 잡는 이상 윤석열 정부 동안 부채가 2천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표를 얻기 위해 세금을 퍼붓고 싶겠지만 재원 마련 방안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섣부른 정치적 선동에 혈세를 낭비하는 일은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미래 세대를 착취하는 악행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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