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절기 실내 난방 불만족이 74.1%…대구 쪽방 주거환경 진단조사 보고대회에서

쪽방 건물 62개 호실 거주자 조사, 절반 이상이 "견딜 수 없는 추위 경험"
냉난방 에너지시설 설치 및 유지서비스 필요성, '지속적 관리'도 필수

15일 오후 3시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15일 오후 3시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2023 대구지역 쪽방건물 주거환경 진단조사' 보고대회가 열렸다. 대구쪽방상담소 제공

올 겨울 본격적인 한파를 앞두고 쪽방촌 주민들의 단열 및 난방 등 주거환경이 여전히 매우 열악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와 지원책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단법인 자원봉사능력개발원 부설기관 대구쪽방상담소와 행복나눔의집은 15일 오후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2023 대구지역 쪽방건물 주거환경 진단조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날 주제 발제에 나선 조기현 다울건설협동조합 대표는 '에너지진단사가 바라본 대구쪽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월 17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여인숙, 여관 등 36개 쪽방 건물 62개 호실을 대상으로 방의 크기와 온도 등을 진단했다.

조사 결과 이들 주거시설은 여인숙이 호실당 6.81㎡, 여관은 1호실 당 약 10.98㎡ 규모로 주택법 등이 정하는 1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14㎡)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겨울을 나기에 부적절한 상태로 나타났다.

거의 모든 쪽방 건물에서 단열에 문제를 노출했는데, 조 대표는 "1950년 전후에 건설된 쪽방 4개동과 1970년에 건축된 17개동은 단열이 거의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후 지어진 나머지 건물들마저도 내부 온도와 외부 온도 크게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같은 건물을 대상으로 이뤄진 '거주자 대상 에너지 사용 실태 조사'에서도 쪽방 거주 여건은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62개 호실에 거주하는 62명이 응답했으며 이들 중 동절기 실내난방에 불만족하다는 응답이 46명(74.1%)에 달했고, 겨울철 견딜 수 없는 추위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39명(62.9%)로 절반 이상이었다.

이들은 주로 비교적 저렴한 난방기기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장판을 통해 난방한다는 응답이 33명(53.2%)으로 가장 많았고, 기름보일러와 가스보일러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각각 9명(14.5%)에 그쳤다.

추위 때 별다른 대책 없이 집에 머문다는 응답은 57명(91.9%)으로 압도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겨울철 에너지 비용이 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율도 28명(45.1%)으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조 대표는 "한 겨울 물병의 물이 어는 방에서 전기장판 한 장에 의존하며 사는 사람의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다. 정책과 예산을 마련해 주거기본권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사용 실태조사를 발표한 유경진 행복나눔의 집 간사는 "후속·보완 조사를 통해 주거환경 취약성을 규명하고 기존 쪽방에 대한 책임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냉난방 에너지시설 설치와 유지서비스 등이 우선적으로 실시돼야 하며, 일시적 지원이 아닌 이를 모니터링하고 보완할 수 있는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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