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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없는 드라마]<5> 삼성 4대 프로구단 ‘제일기획 암흑기’

독립 계열사였던 김인 전 사장 시절이 “야구명가 삼성”
최근 5년 동안 삼성 소속 4대 프로구단 “꼴찌 또는 하위권”
오뎅 국물 더 달라는 이재용 회장이 나서 4대 구단 경영방침 선회해야

스포츠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 그 누구도 감히 예측 불가한
스포츠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 그 누구도 감히 예측 불가한 '각본 없는 드라다', 인기 종목은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한다.
12년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에 취임하며, 기자와 인터뷰할 당시 김인 전 사장. 매일신문DB
12년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에 취임하며, 기자와 인터뷰할 당시 김인 전 사장. 매일신문DB

12년 전 삼성 라이온즈 김인 전 사장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던 기억이 생생하다.(본지 2011년 2월12일 게재) 삼성 SDS 사장을 하다 야구단 사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인터뷰 후 그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의 위상도 그만큼 높았던 것이다. 이후 김인 사장은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의 왕조시절을 구가했다.

사장 부임 첫해부터 시작해 2011~2014시즌 삼성은 4년 연속 통합우승(정규리그+코리안시리즈)을 차지했다. 물론 그 이전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를 명가로 이끌었던, 김응용· 선동열 전 감독이 삼성 사장으로 있던 시절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선 감독은 투수왕국의 기틀을 만들어놓고 물러났다.

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 라이온즈가 22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그동안 격려와 성원을 보내준 팬을 초청해 감사 이벤트로 팬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매일신문DB
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삼성 라이온즈가 22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그동안 격려와 성원을 보내준 팬을 초청해 감사 이벤트로 팬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매일신문DB

◆"아! 옛날이여~~~" 왕조 시절이 언제였나?

삼성 라이온즈는 2015년에도 정규리그(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으나, 코리안시리즈를 앞두고 터진 주전 간판투수 4인방(오승환·윤성환·안지만·임창용)의 마카오 바카라 도박사건이 터졌다. 이들은 출전 엔트리 명단에서 제외됐고, 두산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내주며 암흑의 터널로 진입했다. 올 시즌까지 8년째 우승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16년부터 야구단은 계열사가 아닌 제일기획(삼성그룹 마케팅 전문회사) 관리 하에 들어갔다. 당시 다른 종목의 구단들도 마찬가지 신세가 된다. 이 때부터 구단의 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재정에 들어가게 되고, 좋은 선수를 사오기 보다 오히려 팔아서 수익구조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심지어 구단의 상징적인 인물들('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 '핫코너(3루)의 개그맨' 박석민, '마운드의 노예' 정현욱 등)조차 주저없이 타 구단에 넘겨줬다. 구단에 대한 투자가 곧 성적과 직결되는 프로팀의 생리상 삼성은 추락은 예견돼 있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은 "이렇게까지 돈을 써가며, 삼성 구단을 운영해야 하나?"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고 하니, 더 이상 언급해서 무엇하랴.

올 시즌 K리그 마지막 경기 후 2군 강등의 위기 속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수원 삼성 블루윙즈 축구단. 연합뉴스
올 시즌 K리그 마지막 경기 후 2군 강등의 위기 속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수원 삼성 블루윙즈 축구단. 연합뉴스

◆삼성 모든 프로구단 꼴찌 내지 하위권 "방치 상태"

삼성 라이온즈의 왕조 시절을 포함해 그 이전까지 삼성의 모든 스포츠구단은 명가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각 종목 팬들은 무너진 왕조의 처참한 모습만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볼 뿐이다. 특히 대구가 연고지인 삼성의 야구팬들은 인내심이 거의 임계점에 다다를 지경이다.

망가져도 이만저만 망가져야지. 지금 이 꼬라지('꼬락서니'의 방언)를 언제까지 봐야하나. 흔히들 말한다. "계속 못살면 모르겠지만, 한 때 잘 살다가 찢어지게 가난하게 되면 참기가 더 힘들다고". 삼성의 프로구단들이 후자에 속한다. 잘 하다 못하니, 또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니 더욱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국민스포츠로 불리는 4대 프로구단의 올 시즌 성적도 배구단을 제외하면 처참하다. 삼성 야구단은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다 정규리그 8위로 마감했다. 차량번호판이나 누구의 전화번호도 아니고 '99688'(2016~2020 다섯 시즌 최종순위)이 한동안 팬들 사이에 회자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가장 아꼈다는 축구단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올 시즌 K-리그1 꼴찌로 승강 플레이오프도 없이 2부 리그로 떨어졌다.

프로농구팀 서울 삼성 썬더스 역시 올 시즌 대구 연고지의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공동 꼴찌(9위)에 랭크해 있다. 그나마 지난해 V리그 꼴찌팀 삼성화재 배구단이 최근 연승 분위기를 타며, 10승5패로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제일기획 본사 전경. 제일기획 제공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제일기획 본사 전경. 제일기획 제공

◆'암흑기'의 4대 구단, 제일기획에서 벗어나야

"고마~~~ 풀어줘라~~~ 마이 뭇다 아이가?"(영화 '친구'의 주연배우 장동건이 죽기 직전에 한 명대사를 삼성에 맞도록 패러디)

삼성이 한 때, 자본으로 밀어붙여서 4대 프로구단 모두 전성기를 구가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삼성이 다 해먹는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지만, 이제는 형편없는 성적의 삼성 구단에 팬들의 측은지심마저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도 그룹 차원에서 구단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제일기획이라는 삼성의 마케팅 전문회사에 국민들이 사랑하는 4대 프로구단의 운영을 다 맡긴다는 것부터 격(格)에 맞지 않다.

이제는 삼성그룹이 결단해야 한다. 방향부터 바꾸자. "투자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자"(실리주의)에서 "투자를 늘리면서, 효율도 높이자"로 현실적 합리주의 노선으로 선회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우리 프로구단들은 미국 NBA나 MLB, 유럽 축구 프로구단처럼 자생적으로 운영될 정도의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적자는 감수한 구단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방 이후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등(일류) 기업이다.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세계 최고', '선두주자', '글로벌 1위' 등 승리의 이미지로 각인된다. 하지만 삼성 프로구단 하면 이제 '꼴찌', '하위권', '강등', '연패' 등의 키워드가 연상된다. 그렇다면 부정적 이미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적당히(넉넉히) 투자해야 할 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쟝의
"어묵 국물 좀 더 주세요." 부산 국제시장 한 분식점에서 화제가 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서민적인 모습. 출처=SNS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산 국제시장 한 분식점에서 "오뎅 국물 좀 더 달라"고 요청하는 익살스런 표정이 국민적 화제가 되어 패러디물이 SNS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런 소통의 이미지로 프로 구단에 대한 생각도 전환해야 한다. '어묵 국물' 추가 주문하던 그런 표정으로 그룹 차원에서 시원하게 향후 삼성 프로구단에 방향을 지시해 주심이 어떨는지요. "내년부터 모든 프로구단들을 제일기획에서 분리 경영하시고, 모기업 차원에서 더 이상 구단 운영비를 줄이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국물도 없이 매정하게 하면 안 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쟝의 '쉿' 익살스런 표정이 SNS 상에서 패러디되어 널리 퍼지고 있다. 출처=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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