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우연히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췌장에 물집 혹은 낭종이 발견되어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낭종은 낭성종양의 줄임 말로 물집과는 차이가 있다. 물집은 간이나 콩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물을 채우고 있는 공간의 내막(內瞙)이 없는 것이고 낭종은 내막을 이루는 세포가 있고 그 세포에서 끈적한 점액이나 맑은 장액이 분비되어 생기는 일종의 종양이다.
췌장 낭종이 최근에 많이 진단되는 것은 건강에 관심이 증가해 초음파나 CT 검사를 많이 하는 탓도 있고 영상 촬영의 화질이 좋아져서 수 밀리미터(㎜) 크기의 낭종도 발견이 되는 탓도 있다.
췌장의 낭종이 발견되어 찾아오시는 분들은 '무서운 췌장암이 아닐까?', '커져서 곧 췌장암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오시게 된다. 췌장의 낭종은 무엇이며 어떤 경우에 암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
췌장의 낭종은 몇 가지 종류가 있으며 그 중에서 점액을 분비하는 점액성낭종과 췌관내유두상점액종양(보통 영어로 첫 자를 따서 IPMN이라 부른다.)이 악성변화를 하는 낭종이며, 점액 분비가 없는 장액성낭종이나 췌장염 후에 합병증으로 생기는 가성낭종은 암이 되지 않는다.
전국 대다수의 대학병원들이 참여한 다기관 연구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 확인 결과 한국인에서 가장 흔한 낭종은 IPMN으로 약 40%를 차지했다. 실제 진료실에서는 만나는 낭종 중에는 초음파나 CT 혹은 MRI로 정확한 구분이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IPMN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췌장의 낭성종양이 발견된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까? 초음파나 CT에서 점액성낭종의 특징적 소견이 있으면 증상이 없더라도 가능하면 일찍 수술을 하는 게 좋다. 그러나 점액성낭종은 그리 흔하지 않고 CT, MRI 혹은 초음파내시경으로 감별이 가능하다.
가장 흔한 낭종인 IPMN으로 추정되는 경우에 언제 수술하고 얼마나 자주 영상을 찍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췌장을 전공하는 전세계의 전문가 모임에서 2017년 발표한 합의에 따르면 황달과 같은 증상이 있거나 낭종 내에 조영이 되는 덩어리가 있거나 주췌관이 10 ㎜ 이상 확장돼 있으면 악성변화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술을 하도록 권하고 있다. 또 낭종의 크기가 3㎝ 이상이거나, 낭종 내에 5㎜ 미만의 결절이 있거나, 주췌관이 9㎜ 미만으로 늘어나 있거나, 췌장종양 수치가 증가되거나, 낭종이 크기가 커지는 변화가 있으면 악성변화가 걱정되는 특징으로 초음파내시경으로 정밀 조사를 하고, 더 자주 영상촬영을 해야 하며, 조건이 되면 수술을 하도록 권하고 있다.
췌장의 낭성종양은 암으로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낭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IPMN은 대부분 2~3㎝ 미만이며 평생 암으로 발전할 확률은 매우 낮다. 미국의 연구에서 3㎝ 미만의 낭종의 경우 악성이 될 위험도가 3%미만으로 췌장수술로 인한 사망률과 비슷하다고 하며,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도 3㎝ 미만은 악성화가 매우 낮아서 1년 주기로 영상검사로 추적하라고 했다.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대부분의 췌장의 낭성종양은 암으로 발전할 위험도가 매우 낮고, 또 금방 암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어서, 전문가가 추천하는 간격으로 주로 CT로 추적하면서 낭종의 크기, 모양, 커지는 정도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도움말 김호각 김호각속내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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