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인선 놓고 격론, “국민만 보고 가야”

국민의힘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김기현 대표의 전격 사퇴로 내년 4월 총선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치러야 한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총선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 떠난 민심을 되돌리려면 더 큰 변화로 혁신의 동력을 키워야 한다. 비대위원장 인선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친윤계와 비윤계가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좋은 인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의견 대립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치적 셈법에 따른 것이라면 국민들의 비난만 살 뿐이다.

지난 15일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는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친윤 측은 "삼고초려라도 해야 한다"며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비윤 측은 "윤 대통령의 아바타"란 원색적 표현을 쓰며 반발했다. 현재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른다. 이번 주말쯤 인선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대위원장은 선거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공천과 인재 영입에도 영향력을 갖는다. 비대위원장은 혁신성, 확장성을 갖춰야 하고 정무 감각과 선거 경험도 필요하다. 현재 여당 상황에서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실과 관계 재정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다. 여당 비대위가 제 역할을 하려면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여당이 대통령실 눈치만 살피는 무능 정당이 되다 보니, 집권 1년 7개월 만에 세 번째 비대위를 꾸리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길은 변화와 혁신뿐이다. 수직적인 당정 관계로는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민심을 얻을 수도 없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이어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개만 우세를 보인다는 내부 보고서는 국민의힘을 벼랑 끝에 세웠다. 비대위가 성공해 반전을 꾀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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